[제 13회 LG배 세계기왕전] 흑 대마 몰살(沒殺)

〈제11보〉(153~166)=바둑에 이기려면 배짱도 필요하고 결단력도 중요하다. 그러나 승부를 결정짓는 것은 역시 정확한 수읽기의 힘이다. 이 바둑처럼 쌍방 대마가 얽힌 공방전에선 누가 더 치밀하고 분명하게 변화를 읽어내느냐에 의해 운명이 결정되기 마련이다.

157까지 흑이 백을 차단하자 백도 158로 중앙 흑의 도강(渡江)을 막았다. 서로 상대의 삶을 강요하는 건곤일척의 마지막 승부. 여기서 159라는 패착이 놓였다. 참고도를 보자. 흑은 1로 잇는 게 정수였다. 5까지 아무 탈 없이 연결이다. 백 역시 A와 B가 절대 선수(B는 C의 치중을 보고 있다)로 D와 E를 맞봐 손대지 않아도 살아있다.

결국 승부는 우하귀에서 백선(白先)으로 수가 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6 이하 10까지는 하나의 예. 백이 훨씬 즐거운 진행이다. 하지만 어쨌던 흑은 참고도 5까지 두어놓고 우하귀에 승부를 걸었어야 했다는 결론. 실전은 162 한 방으로 두 곳에 단점(斷點)이 생겨선 대책이 없어졌다. 165로 때려냈지만 이미 두 눈은 없다. 166까지 우중앙 일대 거대한 흑 대마가 몰살하자 리캉이 허탈한 웃음과 함께 돌을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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