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애, 영화 '님은 먼곳에'서 열연 "'님'찾다 날 찾았어요"

시골며느리 순이 → 섹시가수 써니 '완벽 변신' How? 이준익 감독님과 하루 3시간 대화… 내안의 벽 깨는 작업

◇ '님은 먼곳에'를 통해 연기자로서 여인으로서 자신을 찾게 됐다는 수애 <김경민 기자 scblog.chosun.com/photo74>

"'님은 먼곳에'는 나를 찾는 과정이었어요."

영화배우 수애는 여전히 순이였고 써니였다. 그리고 박수애였다. 수애는 전보다 훌쩍 더 큰 느낌이었다. 영화 '님은 먼곳에'(감독 이준익)서도 그러했고, 실제로도 그랬다. 수애는 남편을 찾기 위해 베트남전의 한복판에 뛰어드는 순진한 시골 며느리 순이를 연기했다. 아니 베트남 위문공연단의 인기가수 써니를 연기했다. 그리고 박수애를 연기했다.

"영화를 촬영하면서 제가 순이가 됐다, 써니가 됐다가 나중엔 박수애 자신을 찾는 것을 느꼈어요."

영화에서 순이가 베트남 전쟁 속에서 인생과 사랑을 배우면서 한 인간으로 성숙하는 것처럼 수애도 그 궤적을 따라 한 인간으로 또 한명의 연기자로 익어갔다. 때마침 수애는 서른을 앞두고 있었다. 그녀는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과 깨달음을 촬영중에 얻었다.

"'님은 먼곳에'를 하면서 전에 한 작품들의 이해도가 10%정도 밖에 안됐다는 걸 알게 됐어요. 제가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었죠."

수애의 성장은 명감독 이준익을 통해서 가능했다. 그녀는 이준익 감독의 "대본을 보지 마라"는 지시에 처음엔 무척 당황했다. 대부분 배우들은 시나리오에 답이 있다며 대본을 열심히 읽고 분석하는 게 기본. 그런데 이준익 감독은 대본 대신 잡담을 선택했다.

"처음엔 정말 답답했어요. 그런데 감독님은 하루에 3시간씩 편안하게 저와 티타임을 가지며 연기를 준비시켰어요. 새로운 방식이었지만 대사보다 감정을 주로 연기하는 제게 적합했던 것 같아요."

모든 게 새로웠던 작업이었지만 연기와 여유를 배우며 배우로서의 욕심을 키워가는 과정이었다. 그리고 이런 욕심은 전에 보여주지 못했던 다양한 연기들을 쏟아내게 했다. 트레이드 마크인 청순함에 그동안 숨겨놓았던 섹시함과 성숙한 여인의 모습까지 팔색조같은 매력을 펼쳐냈다. "이번 작업을 통해 제 벽을 알게 됐어요. 그 벽을 깨는 작업이었죠. 그리고 그만큼 자신감도 갖게 됐어요."

처음엔 수줍어 잘하지 못하는 노래와 춤이었지만 점차 자신감이 쌓이면서 훌륭하게 소화해 냈다. 큰 기교 없이 차분한 그녀의 목소리는 영화의 정서를 그대로 담아내는 데 성공했다.

"순이, 써니는 제가 지금까지 했던 모든 캐릭터 중 최고였습니다." 수애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님은 먼곳에'는 목요일(24일) 개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