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회 LG배 세계기왕전] 세계챔프 대결

〈제1보〉(1~17)=국제바둑대회 첫 우승자가 배출된 것은 88년 후지쓰배 때였으니, 그 역사라고 해 봐야 20년 남짓에 불과하다. 우승 경험자 수가 몇 안 될 수밖에 없다. 세계 정상에 서 본 기사끼리의 대결은 더구나 희귀하다. 이 바둑은 모처럼 세계대회 우승자끼리 맞붙은 한 판. 박영훈은 3차례(후지쓰배 2회·중환배 1회)에 걸쳐 국제대회를 정복한 바 있고, 대만을 대표하는 저우쥔쉰(周俊勳)은 2년 전 제11회 LG배 우승자다.

박영훈은 미리 구상이 있었는지 5까지 번개같이 늘어놓는다. 백 6은 초반 유일하게 장고(8분)를 거친 수. 요즘엔 참고도 1로 굳히고 8까지 천하를 둘로 가르는 포석이 유행이다. 이런 포진은 흑의 선착(先着)효과가 커서 백쪽이 기피해 왔으나, 덤이 크게 인식되기 시작하면서부터 백의 귀굳힘도 낯설지 않은 수법으로 등장했다.
저우쥔쉰의 장고도 이 진행의 선택 여부를 고민한 시간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7이면 16까지는 거의 일방통행. 판이 골격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선수를 뽑은 박영훈, 계속된 노 타임 행진 속에 17로 걸친다. 손이 빨리 나간다는 건 수가 잘 보인다는 증거이기도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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