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상 화백, 일본에서 독도 그림전 연다

독도 문제가 한일간 핫이슈로 재부상한 가운데, 독도가 화폭으로 거듭난 채 내달말 일본 도쿄 중심에 우뚝 서게 된다.

비록 그림이지만 '독도'가 '우리땅'임을 일본 본토에서 알리는 첫 전시다.

한-중-일의 내로라하는 화상과 작가, 작품이 모이는 첫 '아시아 톱갤러리 호텔아트페어'(8월 29~31일ㆍ도쿄 뉴오타니호텔)가 그 자리.

도쿄 신주쿠 인근 뉴오타니호텔 3개층의 룸에 한국(30여개), 중국(10개), 일본(50개)의 메이저 화랑들이 각국의 자존심을 건 대표작가 작품으로 전시를 하는 것이다.

이곳에 독도 작품 10여점을 거는 작가는 서울대 박물관장을 지낸 한국화단의 거장 일랑 이종상 화백(70ㆍ예술원 회원).

서울 평창동 인근 커피숍에서 만나 화실로 자리를 옮긴 이 화백은 "독도는 우리땅에서 가장 먼저 동이 트는 상징적인 땅"이라며 1977년 이후 모아온 다양한 독도 관련 자료를 공개했다. 그 자료중엔 북한에서 발행한 독도 우표도 보였다.

이 아트페어에 일랑 선생의 독도 그림전을 기획, 초대한 한국미술센터 이일영 관장은 이미 연전에 일랑 선생의 독도 작품 스카프를 도쿄에서 '스카프전' 중 한 작품으로 선보인 바 있다.

독특한 기획력과 우직함을 갖춘 이 관장은 마치 독립운동가 같은 각오로 이번 전시를 준비하는 모습이다. 이 관장은 "'독도가 우리땅'임을 보여주기 위해 다른 작가 작품 없이 일랑 선생님의 독도 작품만 단독 공간에 전시할 것"이라 힘주어 말했다.

▶ "총칼 들어야 나라 지키나"

일랑 선생은 "꼭 총칼을 들어야 나라를 지키나"하고 반문한다.

한국화단에서도 고희의 나이가 무색한 왕성한 활동과 실험정신을 보여온 만년 청년화가답게 그는 45년 전부터 한국미술의 원형인 고구려고분벽화를 연구해 '고구려문화지키기운동'을 시작했고, 31년전부터는 독도를 오가며 사재를 털어 '독도문화심기운동'을 시작했다. 서울대 미대교수, 명예교수, 서울대 미술관, 박물관장 등 화려한 위치에 있어왔지만, 그가 내미는 명함엔 '독도문화심기운동 본부장'이라 적혀있다. 그의 독도사랑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주변에서는 이번 전시를 두고 "괜찮을까?" 눈치를 본다. 그러나 일랑 선생이나 기획자인 이일영 관장은 "별일 있겠냐"는 여유로운 태도다.

"정치 외교적인 문제 때문에 문화예술 전시에 제재를 가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세계적인 뉴스거리가 되지 않겠느냐"며 웃는다.

▶ 독도문화심기운동 본부장인 문화의병장

독도를 화폭에 담은 화가는 일랑 선생이 처음이다. 겸재 정선을 비롯, 어떤 화가도 독도 진경을 그린 적이 없었다. 일본 화가들 중에도 지금껏 독도를 그린 사람은 없었다.

정광태의 '독도는 우리 땅' 노래도 일랑 선생의 1982년 독도 전시 후 나왔다.

일랑 선생은 민족의 얼과 정신을 오늘에 되살리는 노력을 그림으로 또 문화운동으로 승화시켜 왔다. 독도에 앞서 했던 고구려 벽화 연구와 고구려문화지키기운동 때문에 '좌경화가'로 의심받아 71년쯤엔 중앙정보부(현재 국정원)에서 고초를 겪기도 했다.

"각자 자신의 영역에서 독도에 관심을 갖고 애정을 보내면 된다"는 일랑 선생은 3년전 문화의병 60명의 의병장이 돼 '독도는 우리가 지킨다'는 모토 아래 독도진경 전시를 갖기도 했다.

▶ 독도교주, 광개토대왕함 명예함장, 독도 작품 600여점.

"독도는 천의 얼굴을 갖고 있다. 모두 36번 갔다가 14번 입도했는데, 그때마다 다 다른 모습이었다. 너무나 아름답다. 동도가 수줍어 엎드렸는데 서도가 고개들고 망을 보는 자세다. 너무나 가슴이 벅차 독도의 흙을 독도 작품에 발랐다."

지금까지 그가 그린 독도 그림만 600여점. 또 유럽과 미국 각국에서 전시도 가졌다. 단 일본에서의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런 그의 독도 사랑 때문에 그는 동해에서 독도를 지키는 5000t의 국내 최대 군함 '광개토대왕함'의 명예 함장이기도 하다.

언젠가 한일 심포지엄에서 "자기 땅이라면서 한점의 그림도 그리지 않은 나라가 어찌 독도를 자기 땅이라 우기느냐"며 일본의 기를 꺾어놓은 적도 있다.

'독도교주'라 불리기도 하는 일랑 선생은 "독도는 좌청룡으로 우리를 지켜준다"고 강조한다. 또 앞으로 독도문화재단을 만들어 연중 행사를 벌이고, 독도 판화도 만들어 전세계 도서관에 배포해 '독도가 한국땅'임을 알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