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회 LG배 세계기왕전] 백(白)의 텃세

〈제5보〉(58~70)=박영훈(23)은 재야에서 실전을 통한 독학으로 입단한 희귀 케이스. 프로기사를 향한 지름길로 알려진 한국기원 연구생을 자퇴, 전국 아마추어 대회를 누비다 99년 입단했다. 연구생들은 일반대회에 출전할 수 없어 박영훈의 아마무대 7회 우승은 아득한 전설로 남아있다. 입단까지 8전9기의 가시밭 길을 걷긴 했지만 국내 '베스트 3'의 일각으로까지 성장했으니 '실험'은 멋지게 성공한 셈이다.

58은 다음 60을 노리는 상용수법. 참고1도 1도 생각해볼 수 있는데 8까지 우변 흑진이 저절로 굳어진다. 61은 참고2도 1로 아래 쪽에서 젖히는 수도 있지만 중앙 백의 배경 때문에 지금은 흑이 피곤해 보인다는 결론. 62로 63에 두는 강수는 참고3도 14까지 흑의 만족이다.

67, 68의 교환으로 하변에 좌우동형의 재미있는 형태가 등장했다. 69까지 '날 일(日)자 향연'이 계속되더니 백 70이 놓였다. 중앙의 백세가 튼튼한 만큼 '텃세' 한 번 부리면서 실마리를 찾아보자는 의미. 68부터 70까지 단 3수에 30분이 훌쩍 흐를 만큼 갑자기 진행이 더뎌지고 있다. 흑의 응수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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