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냄새 대신 두뇌게임 선택한 곽경택식 스릴러

줄거리

검거율 100%를 자랑하는 강남경찰서 특수수사과 백성찬 반장(한석규)에게 터무니없는 도전장이 날아온다. 족보도 모르는 패거리들이 자신의 이름을 사칭하고 현금 수송차량에서 18억 원을 강탈해 달아난 것. 이것만으로도 기가 차는데, 밀수한 금괴 600㎏까지 경찰 눈앞에서 훔쳐 달아난다. 알고 보니 MBA 출신의 안현민(차승원) 일당이다. 사표를 제출하고 다른 인생을 살아보려던 백 반장은 이 대담한 범인들과 한판 승부를 시작한다.



전문가 별점

한석규 차승원이라는 안정적인 말로 멋진 체스 한판 두려 했으나, 결국은 퍼즐게임.

★★★ 황희연·영화칼럼니스트

너무 친숙해진 캐릭터들의 예상 가능한 이야기.

★★☆ 이상용·영화평론가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이하 눈눈이이)의 감독 크레딧에 올라 있는 두 명의 이름은 이 액션 스릴러가 겪은 우여곡절을 압축적으로 상징한다. 안권태(우리형·2004)라는 패기 있는 이름으로 시작했던 이 프로젝트는 곽경택(친구·태풍·사랑 등)이라는 중견의 이름으로 마무리됐다. 제작 중단과 감독 교체라는 유례없는 해프닝 사이로 젊은 감독의 의욕 과잉, 제작자의 횡포 같은 확인되지 않은 추문들이 떠돌았음은 물론이다. '눈눈이이'를 바라보는 충무로의 시선이 곱지 못했던 까닭이기도 하다.

하지만 일반 관객 입장에서 이런 이야기는 후일담에 불과할 뿐. 편견 없이 바라보는 '눈눈이이'는 여름이라는 계절에 즐겁게 소비할 수 있는 경쾌한 액션 스릴러다. 익숙한 캐릭터 그리고 후반부 드라마의 리듬이 늘어지는 것은 아쉬움. 하지만 할리우드 범죄 영화의 한국적 벤치마킹이라고 불릴 만한 이 영화는, 군더더기 거의 없는 날렵함으로 쫓고 쫓기는 자의 머리싸움을 스크린에 펼쳐낸다. 또 작가적 욕망 없이 장르 영화를 주무르는 테크니션으로서의 곽경택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이기도 하다. 남자들의 땀냄새를 인장처럼 찍어왔던 이 부산 사나이는 이번에는 남성호르몬에 대한 강박 없이 스피드와 두뇌로 승부하는 퍼즐 게임 한 편을 완성해냈다.

독종 형사와 지능범이라는 캐릭터는 이런 장르물에서 익숙한 설정이지만, 한석규와 차승원의 연기는 적지 않은 긴장감을 만들어내고 있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의 현금 수송차량 습격 장면, 제주 공항에서의 금괴 밀수 순간 등 전국을 가로지르며 마치 끝말잇기 하듯 이어 붙이는 액션의 호흡도 좋다. 하지만 이 영화의 균형을 잡아주는 진정한 일등 공신은 피도 눈물도 없는 사업가 김현태 역의 송영창. '형사'(2005) 'M'(2007)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으로 이어지는 강력한 존재감이다. 형사와 범인의 2차원적 대결구도에 입체감을 불어넣으며 이들의 모순적 행동조차도 설득력을 가지게 하는 이유가 됐다. 불미스러운 일로 대중적 호감을 잃었지만, 이명세 김지운 곽경택 등 충무로의 대표적 감독들이 왜 그를 필요로 하는지 연기를 통해 입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