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은 먼곳에' 정진영 "'이준익의 남자'? 살벌하게 싸워요"

 

"시나리오 받은 첫 날엔 살벌하게 싸워요. 그 다음부터는 막 부려먹어도 되니까…. 편한가보죠."

정진영에게 영화 '님은 먼곳에'는 이준익 감독과의 네번째 인연이 된 작품이다. '황산벌'로 시작해 '왕의 남자' '즐거운 인생'을 거쳐왔다. 혹자는 아예 '정진영은 이준익의 페르소나'라 부른다. 세월의 두께가 더해질수록 거침없는 화법도 비슷해진다. 실속은 챙기지 못하고 마냥 손해보며 살 것 같은, 선한 눈빛도 닮은꼴이다. "우리가 싸우는 걸 처음 본 사람은 깜짝 놀래요. 큰 일 났다면서."

이번에도 극중 캐릭터를 놓고 설전을 벌였다. 끝까지 악랄한 캐릭터를 유지해야한다고 주장했으나, 결국 감독 고집을 꺾지는 못했다. 영화는 앵글부터 배우의 동선 하나 하나가 감독의 의도로 구성되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님은 먼곳에'서 정진영의 역할은 베트남 위문공연단의 리더 정만이다. 남편을 찾고자 하는 써니(수애)를 돈벌이로 이용한다. 얼핏 보면 전형적인 악역이다. 그러나 정진영의 색깔이 더해져, 정만은 좀 더 다층적인 캐릭터로 진화했다.

"중반부까지는 써니를 억지로 떠밀어가면서 영화를 이끌어가죠. 세상물정 모르는 써니를 전쟁의 한복판에 던져놓고 자꾸 앞으로 걸어가도록 등을 떠밀어요."

써니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영화에서 그는 관객의 시선을 대변한다. 정만이 써니에게 연민의 정을 느끼게 되듯이, 관객들도 자연스럽게 영화의 진한 정서에 빠져든다. 그래서 정진영은 정만이란 인물에 대해 '관광가이드'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이한 정진영에게 영화는 어떤 의미를 지닐까.

"긴 여행을 떠나는 겁니다. 그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는 아무도 몰라요. 순간순간 최선을 다할 뿐이죠. 그것이 배우의 삶입니다. "

그래서 일단 한번 작품을 고르면 무조건 기다린다. 겹치기 출연은 아예 생각하지도 않는다. 드라마 '태왕사신기'도 1년 여를 기다린 끝에, 출연료 돌려주고 접었다. 제작 지연에 대한 책임을 따지면 출연료 반환의 의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사람 사는 일에 큰 소리내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많잖아요. 쓸데없는 욕심이 많아지면 인생이 피곤해져요. 하하."

경기도 분당에 사는 그는 가끔 시간이 나면 학부모 모임에 부지런히 참석한다. 같이 고기도 구워먹고 여행도 다닌다.

그러나 올 가을은 그 어느 때보다 시간 내기가 힘들 듯. 9월 방송되는 '바람의 나라'때문이다. 벌써 중국도 3번 다녀왔다. 말을 타는 장면을 찍다가 부상을 하기도 했지만 이 악물고 카메라 앞에 섰다. 세상살이에선 마음을 비우려하지만, 연기 욕심만큼은 끝이 없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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