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LG배 세계기왕전] 회심(會心)의 일착

〈제8보〉(106~123)=한 나라의 특정 문화는 걸출한 한 명의 영웅에 의해 부흥기를 맞게 되는 경우가 꽤 있다. 대만 바둑계에서의 저우쥔쉰 역할이 딱 그렇다. 재작년 그가 LG배서 우승한 뒤 대만엔 바둑 붐이 몰아닥쳐 바둑교실들이 엄청난 호황을 맞았다. 정부는 학생 유망주들이 바둑 공부에만 전념하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최근엔 한국이 유일하던 대학 바둑학과가 곧 대만에도 등장한다는 소식까지 들리고 있다.

106은 어땠을까. 선수로 파호(破戶) 당하는 게 아프긴 해도 참고1도처럼 중원으로 향하는 게 옳았다. 107 한 방이 폐부를 찌른다. 113까지 우상쪽 흑 진영에도 살집이 붙었다. 118은 이해 못 할 완착. 참고 2도의 진행이 정답이다. 122까지 폐석(廢石) 두 점 잡은 대가로 빵때림을 내주어선 손실이 막심하다.

선수를 챙긴 박영훈, 잠시 반상을 둘러보더니 123에 갖다 붙인다. 이 점을 놓는 순간 손 맵시는 한껏 멋이 들어갔고 기합이 실렸다. 기사들이 회심의 한 수를 둘 때 보이는 전형적인 동작이다. 맥점 일발을 당한 저우쥔쉰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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