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영화 '고死' 신인 감독-베테랑 주연 '2색 인터뷰'

보통 베테랑과 신인의 만남은 트러블의 연속이다. 수요일(6일) 개봉한 올해 첫 한국 공포영화 '고死 : 피의 중간고사'(이하 고사)는 배우 이범수와 창 감독의 만남으로 탄생한 작품이다. 창 감독은 뮤직비디오계에신 인정받은 감독이지만 영화는 이번이 데뷔작인 신인이고, 이범수는 영화와 드라마에서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온 베테랑 배우. 서로 상반된 두 사람의 조화는 '남자 vs 남자'로서, '연출가 vs 배우'로서의 믿음으로 시너지를 일으켰다.

스크린 첫 메가폰 이범수 있어 행복

과장된 표현 줄이고 드라마 강조 남규리도 삭발 등 믿고 따라줘

"영화는 생각보다 어렵다. 그러나 행복했다."

창 감독은 보아 GOD 넬 성시경 휘성 씨야 등 국내 최고 가수들의 뮤직비디오 연출을 도맡으며 뮤비의 지존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그는 넘쳐나는 실험 정신과 감각으로 독특한 영상미를 자랑했다. 단순히 음악에 맞춰 가수가 립싱크하는 뮤직비디오가 아니라 창 감독만의 음악적 해석에 새로운 이야기를 첨가해 자신만의 색깔을 만들어냈다. 이런 그에게 영화 도전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영화를 하겠다고 오랫동안 준비를 했어요. 뮤직비디오와 다르게 영화는 사운드와 영상을 모두 컨트롤할 수 있다는 게 좋거든요."

공포란 장르로 데뷔할 줄은 몰랐다. 휴먼드라마 류의 영화를 생각했었다. 그러나 제의가 오자 그는 과감하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드라마는 아니지만 공포영화도 그 안에 드라마가 존재하죠. 단순히 깜짝 놀라게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과장된 표현은 줄이고 드라마를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고사'는 상당히 리얼하게 촬영됐다. 과장된 연출이나 화면이 거의 없다. 또 등장 인물들 역시 짧은 시간 안에 각자의 사연들이 마지막까지 그려졌다.

이런 그의 노력은 영화 속 캐릭터에 그대로 드러난다. 신인 연기자가 쉽게 빠질 수 있는 함정인 과장된 연기를 남규리에게서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남규리를 자극적 화면을 위한 뮤직비디오 스타일의 연기를 철저히 배제시켜 너무나 자연스러운 여고생 강이나(남규리)로 만들었다.

"규리가 나를 많이 믿어줬습니다. 캐릭터를 위해 머리를 짧게 자르라는 요구에 대해 주변의 반대도 심하고 가수 활동에도 제약이 많았지만 믿고 따라줘 고마웠죠."

남규리 외에도 든든한 지원자가 또 한명 있었다. 그는 영화 데뷔가 결정되자 바로 이범수를 찾았다. 뮤직비디오 작업을 거치면서 둘이 손발이 척척 맞는 걸 느꼈기 때문이다. 뮤직비디오 촬영 당시에 구두상으로 캐스팅 약속도 했었다.

"이범수씨와는 말을 많이 안해도 됩니다. 우연히도 30분짜리 영화 스타일의 뮤직비디오 3편을 함께 찍었거든요. 서로를 다 파악하고 있었죠."

실제로 창 감독과의 이런 믿음 때문에 이범수는 공포영화라는 장르에 첫 도전장을 내밀었다. 창감독 역시 생각지 못했던 공포영화로 데뷔전을 치르게 됐다. 베테랑 연기자 이범수와 신인 연출자 창 감독에게 공포 장르는 다소 낯설었지만 장애물이 되진 않았다. 결국 둘은 2인3각 경기를 펼친 셈이다.

창 감독 신뢰덕에 걱정없이 찍었다

졸면서도 연기 포인트만 생각 석달 촬영분 한달반만에 끝내

"졸면서도 연기 포인트 생각하면서 졸았어요."

영화배우 이범수는 언제고 실망시키는 법이 없다. 장르와 배역을 가리지 않고 그는 최고의 연기를 보여왔다. 영화 '짝패', 드라마 '외과의사 봉달이' '온에어', 그리고 공포영화 '고사'까지.

그는 '고사'에서 학생들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국어 교사 창욱 역을 맡아 근래에 쌓아온 훈남 이미지와 순간적으로 광기에 휩싸이는 모습까지 다양한 연기를 선보였다. 많은 작품에서 여러 캐릭터를 소화한 이범수였지만 공포영화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한정된 연기는 원치 않아요. 남들이 지적이고 도회적인 역할이 안어울린다고 할때 '봉달이' '온에어'를 했고, 코미디할 땐 악역이 안어울린다고 했지만 '짝패'를 찍었어요. 이번에도 마찬가지죠. 예전부터공포물도 하고 싶었어요."

　 변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범수는 그래서 치열하게 촬영한다. 특히 '온에어' 촬영을 마치자마자 바로 시작된 '고사' 촬영에서 그는 투혼을 불살랐다. 휴식도 없이 크랭크인한 '고사'는 석달 촬영 분량을 한달 반만에 끝냈다.

　"스스로 대견하더라고요. 체력은 타고났고 생각했는데 작년 12월 7일부터 지금까지 쉬지않고 달리고 있는걸 보면."

그런데 그에게 '고사'는 좀 특별한 작품이다. 자신을 제외하고 함께하는 감독과 배우들 대부분이 영화 데뷔인 것이다.

"신인들과 함께 할 때는 아무래도 앙상블 연기할 때 에너지 소모가 많아요. 그런데 후배들을 보고 있으니까 내 데뷔 때가 생각나면서 아이들 심정이 이해되더라고요. 그래서 최대한 정성껏 연기에 대해 얘기해줬습니다." 이범수는 22세때 영화 '그래 가끔 하늘을 보자'로 데뷔했다. 주인공의 같은 반 친구 역할로 촬영 석달 동안 주인공 옆에 앉아있기만 했다. 이범수 대사는 세마디였다.

뮤직비디오 연출 출신인 창 감독 역시 영화로는 데뷔. 그러나 뮤직비디오에서 세차례 작업을 같이한 신뢰 덕에 걱정은 없었다. 이범수는 신인 감독과 많은 작품을 한 배우다. 그런데 한번 좋은 인연을 맺으면 끝까지 함께하는 의리파. '미녀는 괴로워'의 카메오 출연도 '오! 브라더스'의 김용화 감독과의 인연 때문이었다.

"예전에 뮤직비디오 찍으면서 창 감독이 영화하면 무조건 같이 하자고 약속했어요. 이번에 지키게 됐는데 아무래도 다음에도 함께 할 것 같네요."　

< 박종권 기자 scblog.chosun.com/tony5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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