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훈현의 통산 타이틀 세계기록 157회 제자 '턱밑까지 추격'

이창호 九단이 지난주 제5기 전자랜드배를 차지함으로써 통산 타이틀 수는 136회로 늘어났다. 조훈현 九단이 보유 중인 세계기록 157회에 불과 21회 차로 다가선 것. 2000년대 진입시점만 해도 148대93으로 55회나 차이 날 만큼 까마득했던 간격이 바짝 좁혀진 것이다. 이창호는 언제쯤 스승을 앞질러 세계 최다우승 기록을 갈아치울 수 있을까.

후발주자가 앞 선수를 따라잡으려면 본인의 페이스 못지않게 선행주자가 현재 어떤 속도로 달리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조훈현의 경우 2003년 1월 제7회 삼성화재배 제패를 끝으로 최근 5년 동안 우승이 없다. 반면 이창호는 같은 기간에 18회 정상을 밟았다. 지난 5년간의 1년 평균 타이틀획득 수가 이창호는 3.6회, 조훈현은 0회다. 이 자료대로라면 앞으로 6년 뒤인 2014년 이창호가 통산우승 1위의 새 주인으로 등장하게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변수는 숱하게 깔려있다. 무엇보다 따져봐야 할 것이 두 기사가 앞으로 가질 출전 기회 숫자다. 조훈현은 지난 5년간 국제대회 출전이 9회에 그쳤고 최근엔 랭킹이 더 떨어져 거의 기회를 못 잡고 있다. 같은 기간 이창호가 세계무대를 밟은 횟수는 28회. 올해는 국제행사가 특히 많아 이창호가 아직도 6개 무대 우승을 노리고 있는 반면, 조훈현은 시드권이 부여된 삼성화재배 한 곳에만 명함을 내민다.

대신 이창호는 '선택과 집중' 전략 속에 몇 개 국내기전을 불참하고 있다. 올해의 경우 국수 기성 천원 맥심 등 4개 기전에 나가지 않았다. 조훈현은 맥심배 1개 대회만 불참했다. 조·이 사제의 향후 통산타이틀 경쟁에 엄청난 '불공정 요인'은 없어 보인다는 뜻이다.

좀더 큰 변수는 이세돌의 존재다. 이창호가 언제쯤 조훈현을 따라잡느냐의 열쇠를 가진 사람은 조훈현 아닌 이세돌일지 모른다. 최근 5년간 이세돌은 총 17회에 걸쳐 우승, 이창호(18회)와 대등한 경쟁 속에 그의 발목을 잡아왔다. 해가 거듭될수록 이세돌의 타이틀 점유율이 높아져가고 있다는 점도 주목을 요한다.

최근 5년 아닌 생애 통산기록으로 전망해 볼 수도 있다. 생애 기록에선 이창호가 연 평균 6.8회(89년~08년·136회) 우승으로 조훈현의 4.5회(74~08년·157회), 이세돌의 3.0회(2000~2008년·27회)를 압도한다. 하지만 이 자료를 적용할 경우 이창호·조훈현 간의 격차는 연간 2.3회로 오히려 감소, 약 9년 뒤에야 역전이 이뤄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조훈현의 타이틀무대 완전 탈락을 말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의견도 많다. 그는 80년대에 3차례나 전관왕을 차지했던 맹장이었다. 55세의 나이가 핸디캡이긴 하지만, 한국보다 더 경쟁이 치열했던 92년 일본에선 67세 후지사와(藤澤秀行)가 왕좌타이틀을 방어하기도 했다. 반대로 이창호가 이세돌을 따돌리고 '최대 지분' 탈환에 성공할 경우 최다우승 기록 경신은 2~3년쯤 앞당겨질 수도 있다. 90~2000년대 스타 이창호의 70~80년대 제왕 조훈현을 향한 '스승 따라잡기'가 완성될 날은 언제쯤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