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회 LG배 세계기왕전] 징크스 사냥

〈총보〉(1~219)=박영훈은 92년 이창호에게 한 판 지도 받은 적이 있었다. 17세 이창호는 세계 정상으로 막 발돋움을 시작한 소년이었고, 박영훈은 바둑 배운 지 1년이 채 못된 7살 어린이였다. 9점을 접힌 꼬마가 그 바둑을 이겼다. 그리고 16년이 지났다. 현재 랭킹은 이창호가 2위, 박영훈은 3위. 앞으로도 수십 년은 더 계속될 둘의 미래 성적이 문득 궁금해진다.

이 바둑은 박영훈의 완승, 저우로선 역 불급의 한 판이었다. 흑은 시종 한 번도 뒤진 적 없이 착실하게 선착의 효를 유지했다. 25가 초반의 이색 착점. 참고도 1이었으면 8까지 전혀 다른 바둑이 됐을 것이다. 선악을 떠나 상변에 백의 갈라침을 유도해 주도권을 잡아나간 전략은 신선했다.

우상귀 패(覇)싸움이 끝났을 때 이미 흑은 우위에 섰다. 백에게서 118 같은 악수가 등장하자 흑은 123, 131 등으로 승리를 닦아버렸다. 박영훈의 역대 LG배 최고성적은 7회 때의 8강. 유독 이 대회서 부진했던 징크스를 이번엔 깰 수 있을까. (86 92…80, 89 95…83, 200…190, 206…116, 267수 끝 흑 5집 반 승, 220수 이하 생략, 소비시간 백 2시간 40분, 흑 2시간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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