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회 LG배 세계기왕전] 위협적 자세

〈제2보〉(19~33)=김형우는 17세였던 2005년 여름 내신성적 1위로 '입단 고시'를 뚫었던 프로 4년 차. 그전엔 두 번이나 동률 재대국서 져 입단에 실패하는 아픔도 겪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바둑을 시작, 김원 七단을 거쳐 막판 1년여 동안엔 양재호 문하에서 입단에 성공했다. 수줍은 성격이지만 바둑은 쇠 힘줄만큼이나 끈질기다. 오죽하면 동료들이 "김형우에게 한 판 이기려면 밥 한 그릇 먹고 와선 부족하다"고 농담을 할까.

19로 틀어막고 백도 20으로 잡아 타협이 이뤄졌다. 22로 늘어 바로 움직일 것 같더니 24로 어깨를 짚는다. 24로 참고1도는 6까지 백돌들이 무겁다고 본 것. 흑 25는 기세. 참고2도 1이면 4 이후 A를 노리겠다는 게 백의 속셈이다. 31을 생략할 수 없을 때 백도 32로 틀어막아 쌍방 불만 없는 절충.

문제는 귀중한 선수(先手)가 흑에게 돌아갔다는 사실이다. 33이 놓이니 상변 흑세와 호응해 제법 위협적인 자세가 나왔다. 안에서 뿌리를 내릴 것인가, 봉쇄를 피해 탈출에 나설 것인가. 다른 판들에 비해 굼벵이처럼 느린 진행 속에 추쥔이 또 다시 장고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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