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따라가는 산행] 영동 난계국악축제·포도축제 & 천태산

고향의 늦여름은 포도가 주저리주저리 익어가는 계절이다. 들판을 휘감은 달콤한 포도 향내가 코끝을 스치면 문득 떠오르는 옛 추억들. 올 늦여름엔 우리나라 최고의 포도 고장으로 이름 높은 충북 영동으로 길을 떠나보자. 난계 박연 선생의 고향이기도 한 그곳에선 포도 향내뿐만 아니라 국악의 향기도 더불어 맡을 수 있으니. 게다가 금강변엔 아기자기한 암릉으로 이름 높은 천태산이 손짓하니 어찌 머뭇거리겠는가.

충북 영동군은 난계 박연 선생의 고향인 국악의 고장이지만, 전국 최고의 포도·와인의 고장이기도 하다. 박연 선생을 기리는 난계국악축제와 영동 포도를 홍보하기 위해 열리는 포도축제는 그동안 영동의 양대 축제로 사랑을 받아왔다.

올해부터 난계국악축제와 포도축제 동시 진행

지난해까지는 두 축제가 서로 다른 시기에 열렸다. 하지만 아무래도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기엔 조금 부족한 면이 있었다. 이에 영동군은 올해부터 두 축제를 과감하게 하나로 묶기로 했다. 축제 관계자는 “난계국악축제와 포도축제의 장단점을 보완해 같은 시기에 개최함으로써 상승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관광객 입장에서 보면, 난계국악축제와 포도축제가 동시에 열리면 포도·와인과 더불어 우리의 전통 가락을 함께 즐기고 체험할 수 있는 등 선택의 폭이 훨씬 넓어진 셈이다.

이렇듯 올해 처음으로 동시에 진행될 난계국악축제와 포도축제는 8월22일(금)부터 26일(화)까지 닷새 동안 군민운동장, 용두공원, 난계사당 등에서 펼쳐진다. 우선 난계국악축제의 행사부터 살펴보자.

한국의 전통음악을 대표하는 난계 박연 선생의 뜻을 계승하고 있는 난계국악축제의 올해 슬로건은 ‘국악, 포도, 와인과 함께하는 한여름의 축제’다. 축제 관계자는 “이번 축제는 전문성·참신성을 살려 국악의 명인과 신세대가 어우러진 무대로 꾸며 예술성·대중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전국 최고의 국악 한마당으로 펼칠 예정”이라고 각오로 밝힌다.

먼저 개막식 공연부터 눈길을 끈다. ‘비상(飛上)’을 통해 국악·대중가요·월드음악 등 다양한 분야의 최고 명인들이 축제의 개막을 축하하는 조화의 무대를 이끌어가며, 영동의 자부심인 난계국악단의 연주를 시작으로 영동 출신의 한스밴드의 공연에 이어 국악경연대회, 대통령상 수상자 공연이 이어진다. 또한 월드뮤직축제로의 도약이라는 취지에 맞게 아프리카 카메룬에서 온 아티스트 에릭 알리아나와 콩고잼(Erik Aliana & Korongo Jam)이 국악 세쌍둥이 아이에스(IS)와 협연으로 개막식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또 ‘난계 악가무(樂歌舞)’를 통해서는 우리 국악을 구성하는 중요한 세 가지 기본요소인 음악·노래·춤을 기반으로 국악의 과거·현재·미래가 한자리에서 만나게 된다. 이를 통해 국악이 낡은 옛것이 아니라 동시대에서 살아 숨쉬는 음악임을 확인하고 세계적인 음악으로서 거듭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줄 예정이다.

‘난계 초이스’에서는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는 최고의 공연들이 펼쳐진다. 피리 명인 박용호와 함께 하는 ‘명인으로의 초대’, 가야금 연주의 정수를 보여줄 ‘가야금 오감 콘서트’, 군민들과 더불어 즐길 수 있는 대중음악공연인 ‘난계 록페스티벌’, 불교음악제를 테마로 한 반야사와 명상음악제를 테마로 한 영국사의 ‘산사음악제’ 등이 준비되어 있다. 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립국악원과 서울시립예술단의 특별공연과 더불어 토·일요일 낮에 용두공원에서 펼쳐질 풍물, 천하제일탈의 공연은 축제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마지막 폐막공연 ‘절정’을 통해 국악축제를 마무리하게 되는데, 폐막 무대에서는 한국해금앙상블, 몽라, 웅산밴드, 국악경연대회 문화관광부장관상 수상자 등의 공연이 펼쳐진다. 한편 용두공원 상설무대에서는 지역의 많은 동호인과 학생들, 단체들이 자유롭게 참여하여 관객들과 함께 장단을 즐기는 영동 국악한마당이 개막 이튿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펼쳐진다.
주요 공연 프로그램 일정은 다음과 같다. 첫날인 22일(금)은 군민운동장에서 개막식(18:30), 우리 춤의 재발견(19:30), 박용호 명인의 대금지몽(21:00) 등의 공연이 펼쳐진다. 이튿날인 23일은 용두공원에서 가면연희극(11:00)·영동국악한마당(12:00), 반야사 산사음악제(15:00), 난계국악당 나라음악 큰잔치(15:00), 군민운동장 월드뮤직페스티벌(18:00)·난계록페스티벌(20:00) 등이 이어진다.

일요일인 24일은 용두공원에서 가면연희극(11:00)과 영동국악한마당(12:00), 천태산 영국사 산사음악제(15:00), 군민운동장 가야금오감콘서트(18:00)과 국립국악원 특별공연(〃)이 펼쳐진다. 또 월요일인 25일은 용두공원에서 영동국악한마당(12:00), 군민운동장에서 서울시립예술단공연(18:00), 난계한마당(19:30)이 이어진다. 축제 마지막 날인 26일(화)은 용두공원에서 영동국악한마당(12:00), 군민운동장 특설무대에서 추풍령가요제(19:00)가 열린다.

“주렁주렁 열린 포도와 행복까지 담아 가세요”

영동군은 국내 최대의 포도 주산지의 포도와 이를 원료로 만든 와인의 우수성을 대내외에 널리 알리기 위해 지난 2004년부터 포도축제를 개최해 오고 있다. 영동군은 올해엔 포도축제의 초점을 관광객의 체험에 맞췄다. 흔한 전시성 행사들은 과감히 축소·폐지하고, 포도를 활용한 포도따기·와인만들기·포도밟기 등 관광객이 직접 참여하여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체험 이벤트를 확대한 것이다.

영동군에서는 와이너리 투어로도 유명한 와인코리아㈜ 주변 포도밭 16,500㎡를 매입하여 이번 축제 때 포도 따기 체험장으로 사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개인은 물론 가족단위로도 참여가 가능하다. 체험비는 2㎏(5송이)을 따는 데 10,000원. 그러나 이 행사에 참여하면 5,000원권 농산물 상품권을 따로 지급하니 결국 5,000원에 체험하는 셈이다.

포도 따기 체험의 묘미는 무엇보다도 주렁주렁 탐스럽게 열린 포도밭에서 달큼한 포도향을 맡으며 잘 익고 먹음직스런 포도를 본인이 직접 골라 따는 데 있다. 축제 행사가 펼쳐지는 주행사장인 용두공원과 포도 따기 체험장이 운영될 와인코리아(주)를 연결하는 셔틀버스가 운행한다.

‘포도, 와인이 있는 달콤한 맛의 세계!’란 주제로 펼쳐질 2008년 포도축제의 주행사장은 용두공원이다. 이곳은 조각작품과 벽화 등으로 꾸며진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고, 음악과 함께 환상적인 분수 쇼가 야간에도 펼쳐져 휴식 장소로서도 손색이 없다. 포도축제 재방문을 유도하기 위한 사은 행사로 지난해 포도축제에 참가했을 때 찍은 사진을 가져오는 관광객에게 5,000원권 상품권을 지급한다.

행사 내용을 보면, 우선 ‘포도 밟기 체험’이 관광객을 기다린다. 서양식 와인제조기법에서 착안하여 마련된 이 행사는 풀장(10mx10m) 형태의 체험장에서 신나는 음악에 맞춰 탱글탱글한 포도알을 밟으며 춤을 추는 것이다. 가장 신명나게 춤을 춘 사람에게는 포도·와인·포도즙 등 특별하고 푸짐한 상품을 선물한다.

스스로 와인 마니아라고 생각한다면 ‘나만의 와인 만들기 체험’을 놓치지 말자. 이 행사는 현장에서 최소한의 재료비로 전문가의 간단한 와인제조 강의를 들으며 참가자가 직접 만들게 된다.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자신만의 와인을 만들 뿐만 아니라 와인에 대한 기본 상식도 얻는 일석이조의 체험프로그램이다. 또한 와인을 숙성·보관하는 방법도 상세히 배울 수 있다. 한쪽에선 프랑스·이탈리아 등 세계의 유명 와인을 한자리에서 둘러볼 수 있는 ‘세계 와인 미니 박람회’도 함께 열린다.

이밖에도 주행사장에선 영동포도 낚시게임, 쿨존 & 물썰매장, 도전 골든벨, 영동포도 3점슛, 탱글탱글 영동포도 맨손잡기, 점프점프 영동포도 따기 등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재미있는 행사가 진행된다. 물론, 모든 게임마다 영동포도·와인·포도즙·기념품 등 푸짐한 상품이 마련되어 있다.

행사장 한쪽엔 현재 연구개발 중인 포도 관련 음식을 시식·시음하는 장이 마련된다. 포도즙 원액을 넣어 보라색이 나는 반죽에 포도잼을 넣어 만든 포도과자인 포들렌(podeleine)이 선을 보인다. 이외에도 포도즙 얼음으로 만드는 포도빙수, 포도물 들인 밥과 새콤달콤 견과류를 넣고 만든 포도주먹밥, 포도국수, 포도묵, 포도떡 등 영동에서만 맛볼 수 있는 생소한 포도 음식을 별미로 맛볼 수 있다.

포도축제의 주제관인 농특산물 홍보전시관(500㎡)엔 각 읍면에서 자존심을 걸고 준비한 ‘읍면 포도 판매장’을 배치해 좋은 품질의 농산물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영동대학교에서는 전국의 와인만들기 동호회와 협력하여 전국 단위 포도 학술심포지엄도 열린다.

낭만적인 분위기 넘치는 ‘와인 트레인’ 증편 운행

한편, 경부선 열차가 지나는 영동역은 서울~부산의 중간 기점역으로 어디서든 2~3시간 내로 방문이 가능한 곳에 위치하여 당일여행이 가능하다. 이러한 장점을 이용해 축제기간 중 서울·부산·광주 등 전국 각지에서 임시 관광열차를 편성해 매일 관광객을 실어 나르게 된다. 이번 축제엔 KTX 열차도 임시 정차할 예정이며, 무당벌레와 닮아 ‘레이디 버드’라 이름 지어진 국내 최고급 테마열차도 투입될 예정이라 한다.

무엇보다 전국적으로 이미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와인 트레인’을 증편 운행할 계획이다. 지난 2006년부터 진행된 와인 트레인은 특별한 분위기를 느끼고 싶어하는 연인과 가족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와인 트레인이 설레는 이유는 무엇보다 낭만이 넘치기 때문. 보랏빛 포도송이와 와인으로 치장된 열차에서는 색소폰 연주가 감미롭게 흐르고 와인코리아에서 직접 생산한 국산 포도주까지 무료로 시음할 수 있다.

축제기간엔 관광객을 위한 특별 이벤트도 마련했다. 포도축제장 영동으로 향하는 관광열차 객차 내에서 포도풍선 만들기 이벤트를 개최하여 거기서 만든 포도풍선을 행사장으로 가져오는 관광객에게 영동포도와 맞바꿔준다. 이렇게 모은 포도풍선은 행사장 곳곳을 수놓을 예정이다.

그는 천태산에 A코스(미륵길), B코스(관음길), C코스(원각국사길), D코스(남고갯길) 이렇게 네 등산로를 개설했는데, 이 중 최고의 조합은 암릉길로서 정상으로 직접 향하는 최단 코스인 A코스, 그리고 주능선길인 D코스를 이은 A~D코스의 연결이다. 즉 미륵길로 올라 남고개를 거쳐 영국사로 원점회귀하는 코스다. 영국사에서 주능선으로 곧장 이어지는 B코스는 2005년 발생한 산불과 영국사 식수원 계곡이란 이유로 폐쇄된 상태다.

아기자기하지만 풍광이 좋은 천태동천

주차장 바로 위쪽에 매표소가 있다. 이곳엔 등산객들을 위해 준비해놓은 안내도를 가져갈 수 있는데, 한쪽에 수북이 쌓여있는 나무지팡이가 눈길을 끈다. 등산객들을 위해 가져다놓은 것들이다. 사용 후 하산할 때 놓고 가면 된다.

여행정보

숙박 영동 읍내에 영동파크(043-744-9220), 태일장(743-1006), 대흥장(744-8287), 신영장(742-0222), 구천파크(744-5553), 목화장(743-1366) 등의 숙박시설과 식당이 아주 많다.

별미 금강 상류나 지류에서 잡은 올갱이(다슬기)로 끓인 올갱이국은 온가족이 여행 중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100% 금강 올갱이로 끊여내 맛이 아주 담백하다. 영동 읍내엔 영동경찰서 근처의 뒷골집(043-744-0505) 등 올갱이국을 차리는 식당이 많다. 올갱이국(1인분) 6,000원, 삶은 올갱이(한 접시) 5,000원, 올갱이무침(한 접시) 15,000원.   

교통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영동 나들목→19번 국도→영동 / 경부고속도로→중부고속도로(구 대전-통영 간 고속도로)→금산 나들목→68번 국지도→영동 <수도권 기준 3시간 소요>
서울→영동 동서울터미널(ARS 446-8000)에서 매일 2시간 간격(10:00~18:00) 운행. 2시간40분 소요, 요금 13,800원.
인천→영동 종합터미널(032-430-7114)에서 매일 2회(11:50, 19:50) 운행. 3시간 소요, 요금 13,400원.
청주→영동 여객터미널(043-234-6543)에서 매일 19회(06:40~22:10) 운행, 1시간40분 소요. 요금 6,800원.
대전→영동 동부터미널(042-624-4451)에서 매일 7회(07:00~19:40) 운행, 1시간 소요. 요금 4,800원.
서울역→영동역 서울역(1544-7788)에서 매일 25회(05:55~23:00) 운행하는 열차 이용. 새마을호 2시간10분 소요, 요금 18,800원. 무궁화호 2시간40분 소요, 요금 12,600원.
*영동난계국악축제 홈페이지 www.nanmf.org
*난계기념사업회 043-742-2283, 2655
*영동군청 대표전화 043-742-2101 

천태산

“아기자기한 암릉 덕에 100명산 반열에 올랐다”
주차장~영국사~A코스~정상~D코스~망탑~주차장 회귀코스 5시간 소요

충북 영동 금강변에 솟은 천태산(天台山·720m)은 원래 은행나무로 유명한 영국사(寧國寺) 덕분에 알려지기 시작한 산이다. 하지만 이제 천태산은 영국사의 명성에 기대지 않아도 될 정도로 유명해졌다. 아니 입장이 바뀌어 천태산 산행을 목적으로 찾아와 영국사를 구경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 또한 천태산은 덩치가 크지 않으면서도 정상으로 오르는 능선길에 적당히 까다로운 암릉을 품고 있어 전국 100명산의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천태산 암릉엔 밧줄이 설치되어 있다. 이곳에 밧줄을 매놓은 이는 천태산 아랫자락의 양산면 토박이인 배상우씨(금호약방 운영)다. 그는 사비를 털어 밧줄을 설치하고, 등산로를 가꾸는 등 정성을 들였다. 또 어려운 암릉 구간엔 안전한 우회로를 닦아놓아 초보자도 정상을 수월하게 오를 수 있도록 배려해 놓았다.

널따란 길을 따라 잠시 오르면 자그마한 공터가 나온다. ‘충북의 설악 천태산계곡’이란 글씨가 새겨진 바윗돌을 지나면 본격 산길이 시작된다. 규모는 작지만 아름다운 천태동천의 바위를 휘감고 흐르는 계류는 맑다. 산길은 천태동천을 오른쪽에 끼고 이어진다. 바위엔 천태동천(天台洞天)이란 글씨가 새겨져 있다. ‘하늘에 잇닿아 있는 곳, 신선이 사는 곳’이라는 뜻이다.
주차장을 출발한 지 10분쯤만에 진주폭포 갈림길이다. 진주폭포로 해서 남고개로 이어지는 왼쪽길은 하산할 때 이용하면 된다. 오른쪽 천태동천 길을 계속 따르면 이어 삼단폭포(계단폭포)가 길 왼쪽에서 반긴다.

폭포를 지나자 길이 조금 가팔라지는가 싶더니 곧 시야가 확 트이며 간이매점 하나가 있는 고갯마루다. 여기서 왼쪽으로 망탑 가는 좁은 오솔길이 갈라진다. 길 오른쪽으로는 수천 개는 될 듯한 표지리본이 매달려있다. 불필요하게 많이 매달려 있는 천태산의 표지리본을 떼어 한 곳에 매달아 놓은 것이다. 은행나무 못미처 급수대가 나타나면 여기서 물을 받는다. 산행 중엔 샘이 없을 뿐만 아니라 남고개에서 내려설 때 말고는 계곡을 만날 수 없으므로 여기서 식수를 반드시 떠가도록 한다.

아름드리 은행나무가 돋보이는 천년고찰 영국사

급수대 뒤로는 거대한 영국사 은행나무(천연기념물 제223호) 한 그루가 눈길을 붙든다. 수령 1,000년이 넘는 이 나무는 높이 35m, 둘레 11m로 국내에서 크기가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 땅에 닿은 은행나무의 곁가지가 다시 뿌리를 내리고 거기서 새로운 가지가 곧게 자라는 광경은 마치 윤회를 상징하는 듯 특이하다.

영국사는 은행나무 바로 뒤에 있다. 이 절집은 신라 문무왕 때 만월사(滿月寺)라는 이름으로 처음 창건되었다고 전한다. 고려 고종 때 탑·부도·금당을 중건하고 절 이름을 국청사(國淸寺)라고 하였다. 그러다 고려 말기 홍건적의 난을 피해온 공민왕이 이곳으로 와 국태민안을 빌었는데, 마침내 홍건적을 무찌르고 개경을 되찾게 되자 절 이름을 지금의 이름인 영국사라고 바꿔 부르게 하였다고 한다.

이런 사연 덕에 영국사는 과거에 제법 떵떵거리던 큰 절집이었다. 대웅전 앞에 있는 삼층석탑(보물 제533호), 그리고 절 뒤쪽 능선에 있는 원각국사비(보물 제534호), 8각원당형부도(보물 제532호) 등이 영국사의 옛 영화를 잘 설명해준다.

천태산 등산로 네 가닥은 모두 영국사를 기준으로 갈라진다. 그러므로 이곳부터 본격 산행의 시작인 셈이다. 정상으로 가는 최단거리인 A코스는 은행나무 앞에서 영국사 대웅전을 올려다봤을 때 오른쪽의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따라가야 한다. 이 길을 150m 정도 걸으면 작은 마을을 지나 고갯마루 공터에 이른다. 이곳에서 왼쪽 숲속으로 ‘A코스 입구-정상 1370m’안내팻말이 보인다. 이 길로 접어든다. 숲엔 등산로를 다듬은 배상우씨가 설치한 등산안내도 보관함이 있다. 여기서 안내도 한 장 꺼내들고 다시 발품을 판다.

산길은 많은 등산객들이 오르내린 탓에 깊이 패여 소나무 뿌리가 드러나 있다. 얼마쯤 오르면 완경사의 30m 바위가 나타난다. 밧줄을 매놓았지만, 그다지 어려운 구간은 아니다.

이곳을 오른 뒤 숲길을 잠시 걸으면 이윽고 본격 암릉이 시작된다. 암릉 왼쪽으론 노약자 우회로가 있으니 자신 없는 초보자는 왼쪽 우회로로 오르는 것이 낫겠다. 하지만 아주 어려운 편은 아니다. 암릉을 오르다 뒤돌아보면 동쪽으로 천태산 주변 풍광이 한눈에 들어온다.

위험한 암릉 구간엔 안전한 우회로가 있어

이 구간을 벗어나면 잠깐 짙은 숲이 나타나고, ‘119구조지점 천태산 2’ 팻말과 함께 문득 큼직한 암벽이 눈앞을 가로막는다. 비로소 천태산에서 가장 어려운 암릉을 만난 것이다. ‘75m 암벽코스’라 이름 붙은 이 암릉은 출발 직후 약 20m까지가 특히 가파르고 까다롭다. 굵은 밧줄에 와이어가 함께 엮여있어 결코 끊어질 염려는 없고, 밧줄 중간중간엔 잡기 좋게 매듭도 지어져 있다. 바위턱을 밟으며 신발의 마찰을 이용하면 어렵지 않게 올라갈 수 있다. 하지만 만약 중간에 미끄러져 밧줄을 놓친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자신이 없으면 오른쪽의 ‘안전등산로’를 따르도록 한다.

이 ‘75m 암벽코스’는 총 세 구간으로 나뉘어져 있다. 그러니까 밧줄이 구간마다 하나씩 묶여있으므로 한 사람씩 차례차례 올라야 한다. 여러 명이 매달렸다가 한 사람이 추락하면 잇따라 다칠 수 있고, 또 뒷사람 때문에 밧줄이 흔들려서 앞사람이 밧줄을 놓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75m 암벽코스’를 다 오른 뒤 절벽 오른쪽 옆으로 돌면 아래쪽에서 이어진 안전등산로와 다시 만난다. 이후 10m 암릉길이 나오지만 별 어려움 없이 오를 수 있다. 밧줄이 설치된 암릉이 모두 끝난 뒤엔 ‘119구조지점 천태산 3’ 팻말이 있는 넓은 암반이 기다리고 있다. 시원하고 조망이 좋아 올라오면서 흘린 땀을 식히고 가기에 좋다.

이곳에서 완만한 경사의 숲길을 천천히 10분쯤 걸으면 천태산 주능선 삼거리. 왼쪽은 주능선을 통해 남고개, 오른쪽은 정상으로 가는 길이다. 오른쪽 길로 들어선 뒤 200m 정도 숲 짙은 산길을 걸으면 천태산 정상이다. 영국사에서 정상까지는 1시간30분, 쉬엄쉬엄 올라도 2시간 정도면 넉넉하다.

부드럽지만 숲 짙고 조망도 좋은 주능선

정상은 키 큰 나무들 때문에 조망이 그다지 좋진 않다. 정상표지석 뒤쪽에 시원한 숲그늘이 넓게 펼쳐져 있다. 산행 중 점심을 들 예정이라면 이쯤이 좋겠다. 하지만 굳이 정상이 아니더라도 천태산 주능선 곳곳엔 전망 좋은 바위나 시원한 나무 그늘이 지천이니 일정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하면 된다.

정상에서의 하산은 아까 만났던 갈림길까지 되돌아온 뒤 주능선을 따라 계속 걸으면 된다. 주능선은 산길 주변으로 숲이 짙어 한여름에도 햇살에 그을릴 염려는 별로 없겠다. 계속 걸으면 헬기장을 지나 왼쪽으로 B코스 하산지점이 나오지만, 이 길은 폐쇄돼 있다. 곧이어 나오는 C코스 하산지점. 갈림길엔 ‘C코스는 험난 코스이니 D코스 이용해 하산 바람’이란 팻말이 세워져 있다.

이곳을 지나치면 오른쪽으로 전망 좋은 바위가 중간중간 발길을 유혹한다. 이어 짧고 경사도 완만하지만 조망 빼어난 암릉을 지나면 쉬어가기 좋은 ‘전망석’이 반긴다. 팻말이 아니라 해도 누구라도 쉬고 싶은 마음이 들 널찍한 반석에서 숨 돌리면 천태산의 그윽한 풍경이 가슴에 와닿는다. 이후부턴 본격적으로 내리막이다. 작은 고갯마루인 남고개에서 ‘←영국사 0.9km' 이정표를 따라 왼쪽 산비탈길로 접어든다. 산길은 작은 지능선을 몇 개 넘으며 영국사로 이어진다.

영국사 아래쪽에선 망탑~진주폭포로 이어지는 산길을 따르는 게 좋다. 망탑봉 삼층석탑(보물 제535호)을 보기 위해서다. 은행나무를 지나면 간이매점이 있는 고갯마루. 오른쪽으로 ‘망탑 250m'임을 알리는 팻말이 보인다. 팻말을 따라 오솔길로 들어서면 계단폭포 위쪽 계류에 걸린 나무다리를 건너 망탑이 서있는 바위에 닿는다. 고갯마루에서 10여 분 정도밖에 안 걸린다.

위쪽의 천태산 전경과 아래쪽의 마을을 동시에 조망할 수 있는 요지에 세운 망탑은 고려시대의 삼층석탑. 자연암반 위 망탑 옆에 있는 바윗덩이들은 상어바위, 애벌레바위 등의 이름으로 사랑 받고 있긴 하지만, 무엇보다 탑 앞에 가만히 앉아서 주변 조망을 즐기면 왜 이름이 망탑(望塔)인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하산은 조금 전에 지나온 고갯마루로 되돌아가지 말고, 삼층석탑 앞의 ‘주차장’ 팻말을 따라, 가던 방향으로 곧장 내려간다. 조금 가파른 바윗길을 내려선 후 왼쪽 계곡길로 들어서면 부드러운 길이 이어진다. 맑은 계류와 연분홍빛 화강암이 잘 어우러진 아기자기한 계곡은 잠시 쉬어가고픈 유혹이 생긴다. 산길도 호젓하고 산행도 거의 끝나가니 이즈음에서 잠시 탁족이라도 즐기며 땀을 들이고 가는 것도 괜찮겠다.

맑은 계류를 따르면 곧 5m 정도의 쇠사슬이 설치된 진주폭포 상단이다. 쇠사슬을 붙잡고 암반지대를 내려서면 이내 네댓 시간 전 산행을 시작할 때 지났던 진주폭포 삼거리. 이후로는 널찍한 산길을 따라 10분쯤 내려서면 주차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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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길잡이 천태산엔 A코스(미륵길), B코스(관음길), C코스(원각국사길), D코스(남고갯길) 이렇게 네 가닥의 등산로가 있다. 이 중 B코스는 폐쇄되었다. 정상으로 직접 향하는 최단 코스인 A코스에서 D코스를 이은 A~D코스가 가장 인기 있다. 산행 시간만 보통 5시간 정도 걸린다.

최근 새로 제작한 주차장의 등산로안내도 입간판엔 폐쇄된 B코스를 아예 삭제하고, 원래의 C코스를 B코스, 원래의 D코스를 C코스로 바꾸었다. 하지만 산길에 있는 팻말들은 모두 예전 그대로이기 때문에 헷갈리지 말아야 한다. 식수는 은행나무 앞의 음수대에서 받아 가면 된다. 문화재관람료 어른 1,000원, 중고생 500원, 어린이 300원. 주차료 2,000원.

숙식 영국사 입구엔 천태파크(043-744-2361), 민박집인 천태산맑은물(745-2939), 푸른산민박(744-4659) 등이 있다. 영국사 주차장에 한잔집(745-5771), 흥진집(745-5772) 등 식당이 여럿 있다. 도토리묵, 해물파전, 김치국수, 막걸리 등을 차린다. 양산팔경이 있는 송호리관광단지에 송호파크(745-0048), 궁전모텔(745-0011), 운주민박(745-1199), 수두리에 석영공원(744-5432), 광운관광농원(743-8851) 등의 숙박시설과 올갱이국을 파는 식당이 있다.

별미 어죽은 민물고기의 내장을 제거하고 깨끗이 씻은 다음 물을 약간 넣고 삶는다. 이를 채로 걸러 가시를 걸러낸 후 쌀·국수·수제비·인삼, 그리고 갖은양념을 넣고 조리하면 맛과 영양 모두 만점인 어죽이 된다. 도리뱅뱅이는 비린내가 전혀 나지 않으며 아삭하고 담백한 맛을 낸 민물고기 튀김으로서 술안주와 간식용으로 제격이다. 천태산 남쪽 금강변 가선리에 어죽과 도리뱅뱅이를 차리는 식당이 여럿 있다. 가선식당(043-743-8665), 선희식당(043-745-9450)이 유명하다. 어죽(1인분) 5,000원, 도리뱅뱅이(한접시) 7,000원.

교통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비룡 분기점→중부고속도로(구 대전-통영 고속도로)→금산 나들목→68번 국지도→호탄 삼거리→501번 지방도→영국사 주차장 <수도권 기준 3시간 소요> / 영동 읍내→19번 국도(무주 방면)→송호리→68번 국지도→호탄 삼거리→501번 지방도→영국사 주차장 <30분 소요>


/ 글·사진 민병준 르포라이터
  <사진제공=영동군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