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회 LG배 세계기왕전] 백(白) 바빠졌다

〈제5보〉(58~70)=추쥔의 별명은 '마왕(魔王)'. 깊은 수읽기로 귀신같은 솜씨를 발휘한다고 해서 붙여졌다. 하지만 오로지 바둑밖에 모르는 생활, 엄청난 공부량 때문에 이런 별명이 생겼다는 설도 있다. 이 경우엔 '마왕(磨王)'이 될까. 아무튼 고개를 거의 바둑판에다 붙이다시피 한 채 철저하게 몰입하는 추쥔의 대국모습은 언제 보아도 인상적이다.

58로 좌변을 지킨 수는 정수. 참고1도 1로 단수쳐 13까지 좌변과 좌상을 따로 살겠다는 발상은 16에 이르러 잘못된 생각임이 드러난다. 14, 16의 강수가 성립하는 것은 흑 4가 미리 놓여 있기 때문이다. 59는 참고2도 1로 젖혀달라는 주문. 흑은 2를 선수하고 4로 요석(要石) 한 점을 잡겠다는 작전이다. 따라서 60 이하 백의 반발은 너무도 당연했다. 65까지는 일사천리. 66도 올바른 방향이다. 이 수로 욕심을 내 '가'로 단수치는 것은 흑 '나' 때 다시 66을 생략 못해 후수가 된다. 67은 의욕에 넘친 수이나 '다'가 무난했다. 백도 68로 69, 흑 '라'가 쉬운 길이긴 하지만 지금 그렇게 한가한 입장이 못 된다. 70으로 늘어 좌변에 또 한 번 시커먼 전운(戰雲)이 드리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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