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리·최정희 유품전

한국 현대 문학사에서 계몽주의와 카프 문학이 퇴조한 1930년대에 등단해 우리 문단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소설가 김동리(1913~1995)와 최정희(1912~1990)가 남긴 유품들이 한 자리에 전시된다. 9월5일부터 10월12일까지 영인문학관(관장 강인숙)에서 열리는 '30년대 소설의 추억－김동리·최정희'전은 육필 원고와 서예작품, 편지와 일기, 사진, 소지품 등을 통해 입체적으로 작가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김동리의 자작시 〈살구꽃〉 붓글씨는 그가 한글로 쓴 유일한 서예 작품이다. 소설가 서영은이 소장하고 있는 김동리와 서영은이 함께 기록한 육필 일기장도 호기심을 끈다. 김동리는 송수권 시인에게 '自彊不息'(자강불식)이란 붓글씨를 써서 보낸 일이 있다. "표구점에 맡겨서 족자를 만들어 가난한 셋방이지만 저의 현관에 내어 걸고"라며 송 시인이 써 보낸 감사 편지 등 김동리가 문인들과 나눴던 정을 엿보게 하는 편지들도 다수 공개된다.

최정희 코너에서는 그녀가 보관해 온 남편 김동환의 《파인시집》과 《국경의 밤》 희귀본, '선생님 안녕하셨습니까'로 시작되는 남편에게 보내는 편지 등을 만날 수 있다. 사진 중에는 훗날 한국 문단의 큰 봉우리로 성장하는 소설가 박경리가 젊었을 때 함께 찍은 사진, 일제 시대 문인들의 문학 좌담 풍경을 엿보게 하는 《삼천리》 좌담회 등도 눈길을 끈다. 소설가 김승옥은 직접 그린 그림을 곁들여 안부편지를 보냈다. '남쪽은 고흐의 여름입니다. 공상조차 고흐의 풍경을 흉내 내어 버립니다.(…) 저의 타들어가는 청년은 시원한 지붕을 가진 집과 그 안에서 기다려주는 여인 하나와 타인에게로 뻗어나간 부교를 공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