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란 한낱 이슬과 같은 것

녹슨 철판에 조그마한 구멍이 점점이 뚫렸다. 가지런히 뚫린 점들은 군데군데 모여 하나의 획을 형성한다. 철판 위에는 물이 담긴 육중한 바위가 놓이고, 철판 밑에는 조명이 있어 구멍 사이로 엷은 빛이 스며든다. 빛은 나타났다 사라짐을 반복한다.

화가 조환씨가 9월12일까지 서울 사간동 금호미술관에서 《귀로(歸露)-흔적 전》을 연다. 30여 년 동안 전통재료인 붓과 먹, 종이를 이용해 자동차 등 현대의 풍경화를 그려온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철판과 조명이 등장하는 전혀 새로운 작품을 보여준다.

김백균 중앙대 교수는 "중년을 넘어선 작가가 삶이란 본디 아침 햇살에 스러지는 이슬과 같이 덧없음을 이해한 것 같다"며 "이번 전시의 제목을 '이슬로 돌아간다(歸露)'로 정한 것도 작가가 인생 궁극의 문제에 천착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평했다. (02)720-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