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LG배 세계기왕전] 전화위복(轉禍爲福)

〈제11보〉(141~156)=장고파들이 막판까지 물쓰듯 시간을 쓰는 것은 초읽기 속에서도 버틸 자신이 있기 때문. 하지만 승부에 취해 자칫 평정심을 잃을 경우 절정 고수들도 어쩔 수 없이 흔들린다. 형세가 유리하다고 잠시라도 긴장을 풀었다간 순식간에 역전된다. 현대바둑이 도(道)에서 스포츠로 옮겨가면서 승부사 최대의 덕목도 기량보다는 냉정함, 침착함 쪽으로 옮겨가는 느낌이다.

142의 치중(置中) 때 143은 집중력이 돋보인 정수. 자칫 참고도 1로 받았다간 백 2, 4의 수단으로 패(覇)가 발생한다. 물론 다 된 밥에 코 빠뜨리는 격. 144로 좌중앙 흑 여섯 점을 잡은 수확이 짭짤하지만 145의 미끄럼도 그 못지않게 크다. 146때 기어이 흑에게서도 의문수가 등장했다. 147은 지나치게 버틴 수. 형세 판단이 잘 안 되고 있다는 시그널이다.

147로는 '가'로 얌전히 내려빠지고, 백 151때 흑 150, 백 '나', 흑 149로 정리해서 흑의 낙승이었다. 150도 151이 정수. 151, 153의 통렬한 맥이 성립, 155로 넘어선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154로 155면 흑 '다'를 당해 대책이 없다. 궁지에 몰린 쥐 꼴이 된 백, 156에 끼워 마지막 변화를 시도하고 나선다. 예의 '냉정과 침착'론은 여전히 유효한 상황에서 흑의 대응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