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회 LG배 세계기왕전] 마지막 도발(挑發)

〈제12보〉(157~180)=반 집 차나 '만방'이나 똑같은 1승으로 치는 것은 바둑의 예술성을 지키기 위해서다. 스포츠식 '득실 차' 개념을 적용할 경우 '방내기'로 흘러 바둑의 작품성이 엉망이 될 소지가 있다. 하지만 수십 집 차 바둑이 단 한 수로 역전될 때는 돌발성·의외성이 너무 큰 게임이란 느낌도 받는다. 바둑이 스포츠의 배를 탔다면 '득실 차' 실험도 검토해볼 때가 된 것은 아닐까. 리그전의 동률자 처리 등에 효율적 방법이 될지도 모른다.

백이 △로 끼워 승부수를 들고나온 장면. 흑도 마지막 초읽기 속에서 한 발만 헛디디면 그대로 역전될 판이다. 그래도 김형우는 157로 강력하게 밖에서 단수쳐 159로 차단, "살 테면 살아보라"고 일갈한다. 162로 참고도 1 이하 5까지 정비하는 것은 6, 8의 파호로 살지 못한다. A의 약점 때문에 귀의 흑을 공략할 방법도 없다.

그래서 162로 늘어봤지만 이번엔 163의 치중이 강력하다. 170엔 171. 뭔가 삶의 궁도가 만들어질 것도 같은데, 179까지 확신에 찬 흑의 손길은 정확히 급소를 찔러가고 있다. 그 순간 백이 180으로 먹여쳐 왔다. 여기서 수가 난다면 흑은 '10년 공부 나무아미타불'이 될 수도 있다. 흑은 과연 상대의 일발 KO펀치를 피할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