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충무로엔 '추억의 별'이 뜬다

제 2회 충무로국제영화제가 오늘(3일)부터 11일까지 서울 중구 충무로 일대에서 열린다.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배우 박중훈·강수연의 사회와 개막작 '숨은 요새의 세 악인'(감독 히구치 신지·사진)으로 닻을 올리는 올해의 충무로국제영화제는 2008년이 여러모로 분수령이다. 지난해 '영화제 난립'이라는 비판 속에 부산국제영화제에 버금가는 40억원 규모의 예산으로 출범했던 만큼, 올해는 다른 영화제와의 차별화와 더불어 대중들의 호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하기 때문.

40여 개국 170편을 11개 섹션으로 나눠 마련한 올해의 상차림은 '대중의 호응'에 무게중심을 둔 인상이 강하다. 새로 마련한 슬로건부터 "충무로에서 영화는 축제다." 대중 축제의 즐거움을 십분 고조시키기 위해 야외 상영, 야외 공연 등을 집중적으로 준비했다. 남산골 한옥마을에서 열리는 '남산공감'은 뮤지션들의 라이브 연주와 함께 감상하는 흑백 무성영화 특집이다. '황태자의 첫사랑'(에른스트 루비치·1927·6일 저녁 8시), 귄터 부흐발트의 연주로 감상하는 독일 표현주의 걸작 '노스페라투'(F.W.무르나우·1922·8일 저녁 8시), 버스터 키튼의 단편 모음(9일 저녁 8시), 한국의 '청춘의 십자로'(안종화·1934·10일 저녁 8시)를 뮤지션들의 연주와 함께 볼 수 있다.

또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는 4일부터 6일까지 매일 저녁 8시 '뜨거운 것이 좋아' '사랑은 비를 타고' '오즈의 마법사' 등 1930년대 할리우드 고전 뮤지컬을 야외 상영한다. 콘서트로는 이병우(4일), 이은미(5일), 정재형(6일), 전제덕(8일), 공명(9일), 언니네 이발관(10일) 등이 매일 밤 남산골 야외 무대를 누빈다.

원래 충무로국제영화제가 다른 영화제와 스스로를 차별화하는 고유의 정체성으로 선택한 전략은 '고전(古典)'. 실천 키워드로 삼은 세 단어는 '발견' '복원' '창조'다. 세계 영화 전통을 발견하고, 한국영화 역사를 복원하며, 21세기 매체환경 변화에 맞춰 새로운 영화 문화를 창조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런 취지와 달리 지난해 상영작들은 아무래도 '과거 지향적'이라는 지적을 받은 게 사실. 올해는 이의 극복을 위한 전략 중 하나로 국제 경쟁부문을 신설했다. '고전'과 '경쟁부문의 신설'이 모순된다는 비판에는 "미래의 고전이 될 작품을 찾는 발견"이라는 대답이 준비됐다.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디어헌터'(1978)의 마이클 치미노 감독을 심사위원장으로, 일본 영화평론가 테라와키 켄, 프랑스 배우 겸 평론가 리제 벨링크, 이명세 감독, 여성 프로듀서 김영씨가 심사위원을 맡는다. 또 1920년대 초기 표현주의 무성영화부터 올해의 신작까지 30편이 준비된 '독일영화사 특별전', 마틴 스콜세지의 '비열한 거리'(1973) 등을 상영하는 칸 감독주간 40주년 특별전 등의 섹션도 고유의 무늬를 지니고 있다. www.chiff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