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도 액션에 입원… "머리라도 쓰다듬어 주쇼"

제작비 100억원이 투입된 액션 대작 '신기전'은 조선 세종대왕 시대에 중국 대륙에 맞서기 위해 세계 최초의 다연발 로켓 화포인 '신기전'을 만들어내기까지 험난한 과정을 그렸다. 정재영은 허구의 인물 설주를 맡아 역시 가상의 인물인 여성 과학자 홍리(한은정)와 함께 신기전을 완성시킨다. 누구는 "민족주의에 호소하는 상업 영화"라 못박지만, 영화를 보는 동안 생겨나는 근원적 자부심마저 비하시키긴 어려워 보인다.

격한 액션도 그에겐 도전이었다. "마흔이 머지않은 나이에 모든 액션을 소화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지금껏 출연한 모든 영화의 액션 강도를 합쳐도 이 영화의 10분의 1도 안 된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촬영 도중 40도가 넘는 고열이 계속돼 2주간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막 울었어요. 나한테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하고요. 열이 안 떨어지는데 이유를 모른다는 거예요." 강인하게 보이기만 했는데…. 그러고 보면 그런 연약한 구석 때문에 그의 순진한 면이 더 진실성을 얻는 게 아닌가 싶었다.

그의 또 다른 도전, 한은정과의 '멜로 연기'가 그나마 유치찬란으로 치닫지 않은 것도 이렇게 순진해 보이는 면 때문이다. "기존 캐릭터는 무뚝뚝하면서 한마디씩 툭툭 던지는 스타일이었거든요. 이번엔 슬랩스틱 코미디하는 기분이었어요. 여자한테 껄떡대기나 하고."

'능글맞은 한량' 정재영에 동화되긴 쉽지 않다. 구수하고 투박한 맛이 제격인 그에게 '껄떡남'의 옷을 입혀놓으니 어색한 건 어쩔 수 없어 보였다. 그렇다고 그의 매력이 반감된 건 전혀 아니다. 투박하고 거친 말투에서 나오는 남성다움은 그의 어설픈 애정 행각과 묘하게 잘 어울린다. 자신에게 마음을 조금 열게 된 홍리에게 "머리라도 쓰다듬어 주쇼"라며 고개를 살짝 꺾을 때는 심지어 귀엽기까지 하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선 체면 불구하고 한 번쯤 아이가 되고픈 대한민국 아저씨들의 욕구를 충분히 자극할 만하다.

그는 "질리지 않는 배우가 되는 것이 목표"라 했다. 그러면서 "지금껏 질리기는커녕 제대로 나 자신을 알리지도 못한 상황"이라고 대응한다. 제대로 겸손한 배우 정재영의 머리라도 쓰다듬어줘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