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yaking] 잔인한 여름, 무인도가 답이다!

피서철이 되면 많은 도시인들이 짐을 싸서 자연으로 탈출한다. 조금이라도 시원하게 여가를 보낼 수 있는 장소라면 산과 바다 어디라도 좋다. 그래서 인기 있는 피서지는 언제나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평소의 몇 배가 걸리는 이동시간 정도는 웃으며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정작 피서지에 도착해 짐을 푼 뒤에도 유쾌하지 않다면 뒷골이 당긴다.

좋은 피서지에 사람이 몰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로 인해 생기는 문제들이 늘 우리를 피곤하게 만든다. 특히 복잡한 해변의 바가지 상혼과 물 부족, 주차난, 불친절 등은 고질적인 병폐다. 일상에서 벗어나려고 떠난 여행이 오히려 스트레스의 원인이 된다면 정말 불행한 일이다.

카약이 있다면 이러한 피서지의 번잡함에서 탈출할 수 있다. 다른 이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으로 이동해 내 나름의 휴가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사통팔달로 도로가 뚫려 있어 사실상 조용한 해변을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디를 가더라도 피서객과 자가용으로 넘치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 한적하고 조용한 나만의 피서지를 찾고 싶다면 카약에 짐을 싣고 무인도로 떠나는 수밖에 없다.

수도권에서 가까운 당진 앞바다의 무인도
폭염이 절정에 이른 8월 초, 아스팔트가 녹아내릴 정도로 뜨거운 햇볕을 뒤로하고 바다로 떠났다. 목적지는 당진 앞바다의 어떤 무인도. 애초에 특정한 섬을 콕 찍은 것은 아니다. 그저 수도권에서 가까우면서도 한적하게 여름을 날 수 있는 무인도를 찾아보겠다는 생각에 당진군 북쪽의 바다를 선택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3천 개가 넘는 많은 섬을 가지고 있는 나라다. 그 가운데 사람이 살고 있는 것은 400개가 못된다. 나머지는 모두 무인도로 사람이 없는 조용한 섬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림 같이 멋진 섬이라도 사람이 살지 않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대부분의 무인도는 식수를 구할 수 없는 곳들이다.

당진군 북쪽 대호방조제 중간의 도비도휴양지 앞바다에는 난지도와 소난지도 등 여러 개 섬들이 모여 군도를 이루고 있다. 이 가운데 몇 개 섬이 무인도다. 이곳은 섬들 사이가 1km 남짓한 거리라 카약을 타고 여유 있게 건널 수도 있다. 이번 달에는 이 지역의 무인도에서 캠핑하며 피서지의 번잡함을 피해 보기로 했다.

도비도는 대호방조제가 생기며 뭍이 된 섬으로 숙박시설과 해수온천탕 등을 갖춘 휴양단지가 들어서 있다. 이곳의 암반으로 형성된 바닷가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이들도 있다. 애초에 도비도에서 출발해 주변 섬을 탐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큰 배의 왕래가 잦은 데다, 뭍에서 너무 가까운 섬은 무인도 정취를 느끼기 어려울 것 같아 계획을 수정했다. 이 일대에서 가장 규모가 큰 해수욕장이 있는 난지도로 들어가서 주변을 탐색하기로 했다.

도비도 휴양단지의 선착장에서 후지타카약의 조구룡 사장과 만나 난지도로 향했다. 당진군 석문면 난지도에 위치한 난지도 해수욕장은 2km가 넘는 긴 백사장과 깨끗한 물로 유명하다. 가족단위 피서지로 인기 있어 여름철이면 많은 이들이 휴양을 위해 이곳을 찾고 있다.

난지도에 도착하자마자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휴가철과 주말을 맞아 많은 사람들이 해수욕장으로 몰려들고 있었다. 모래밭에 텐트를 친 캠핑족도 많았다. 주차 공간이 부족해 진입로 주변은 북새통이었다. 이곳에 베이스캠프를 치려했지만 번잡한 분위기에 눈살이 찌푸려졌다.

난지도 해수욕장 앞 무인도에서 야영
해변에서 북쪽으로 조금 떨어진 앞바다에 작은 섬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철도라는 무인도였다. 봉긋하게 솟은 섬 위에는 푸른 숲이 있고 바로 아래 해변은 백사장이다. 게다가 섬에서 북쪽으로 암릉 같은 바위줄기가 뻗어 있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해변의 상인들에게 물어보니 가끔 관광객들이 배를 타고 넘어가서 노는 곳이란다. 바로 우리가 찾던 곳이었다.

해변의 공터에 차를 세우고 카약을 조립했다. 잠시만 몸을 움직여도 땀이 비 오듯 흐르는 무더운 날이었다. 1박2일치 식수와 음식, 장비를 실은 넉 대의 카약을 정리하는 데 제법 많은 시간이 걸렸다. 장비를 보호하기 위해 비닐로 포장한 짐들이 카약마다 가득했다. 하룻밤의 호사를 위해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많이 준비했다.

바닷가로 배를 옮기고 나니 백사장 남쪽 끄트머리에서 카약 한 대가 나타났다. 도비도에서 이곳까지 홀로 카약을 타고온 봉공진 회원이었다. 2시간 반이 넘는 외로운 고투를 끝내고 난지도에서 우리와 합류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곧바로 건너편 철도를 향해 패들을 저어 나갔다.

이곳이 서해안 지역이라는 것을 잠시 잊을 만큼 바닷물은 맑았다. 하지만 여기 저기 떠다니는 해파리를 보니 정신이 번쩍 났다. 잘못해 바닷물로 빠졌다가는 해파리 촉수에 쏘여 고생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조심스레 균형을 잡아가며 멀리 보이는 무인도를 향해 전진했다.

카약에 40리터가 넘는 물과 무거운 짐을 가득 실었지만 패들링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 약간 배가 둔하다는 느낌은 들었지만 문제될 것은 없었다. 30분 가량 천천히 진행해 철도 앞에 도착했다. 무인도에 상륙하기 전에 일단 섬을 한 바퀴 돌아보기로 했다. 느지막이 배를 타기 시작한 탓에 주변은 서서히 석양에 물들기 시작했다.

북쪽 해안에 튀어나온 바위지대는 갈매기들의 쉼터였다. 멀리서 볼 때 길게 늘어선 삐죽삐죽 솟은 바위는 톱날 같았지만 다가갈수록 훨씬 거칠게 느껴졌다. 바위에 달라붙은 따개비가 날카로워 감히 상륙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암릉 같은 바위지대를 돌아 섬 서쪽으로 돌아서니 파도가 한층 심해졌다. 넓은 바다에서 밀려오는 너울을 그대로 받으니 배가 심하게 흔들린다. 잠시 긴장해 섬을 돌아오니 다시 바다가 잔잔해졌다. 이렇게 섬 앞뒤가 다른 것이 바다다.

무인도 망중한… 고기 잡고 스노클링하고
사람이 살지 않는 섬 철도에 상륙했다. 발아래 밟히는 고운 모래가 이 섬의 첫인상이다. 난지도 해수욕장이 울고 갈 멋진 백사장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카약을 끌어 올리고 작은 섬을 돌아봤다. 섬 중앙의 녹지대는 깎아지른 벼랑이 밑에서 받치고 있는 형국이다. 못 오를 정도는 아니지만 굳이 그곳까지 가야할 이유가 없었다.

섬 동쪽으로 몽돌이 쌓여 성곽처럼 툭 튀어나온 지대가 비교적 평탄했다. 이곳에 베이스캠프를 구축하고 부드러운 모래밭에도 텐트를 쳤다. 서쪽 하늘을 달구던 해가 어느새 바다 속으로 사라졌다. 순식간에 어둠이 내려앉는다. 뜨거운 햇볕에 달궈진 돌 위에 앉아 있으니 엉덩이가 따뜻해져 온다. 하지만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고 있으니 전혀 더운지 모르겠다. 신선놀음이 따로 없었다.

삼겹살 파티에 느지막이 잠자리에 들었지만 무자비한 햇살에 늦잠을 잘 여유가 없다. 추위를 느낄 정도로 시원했던 지난밤과 달리 아침부터 태양이 따갑다. 돌 위에 얹어둔 지갑 속의 신용카드가 뒤틀릴 정도로 기온이 올라갔다. 하지만 그늘은 여전히 시원하다.

조구룡 사장과 김승완 기자가 아침부터 카약을 띄워놓고 낚시를 시작했다. 바다 한가운데 나와 돼지고기만 먹을 수는 없다며 고기잡이에 대한 각오가 대단했다. 1시간여 동안 자그마한 크기의 우럭과 노래미를 여러 마리를 잡아올렸다. 아침거리를 마련한 것이다. 별다른 양념도 하지 않았지만 즉석에서 끓인 매운탕은 감칠맛이 났다. 스노클링을 하며 건진 작은 소라를 삶고, 초고추장에 무친 해파리를 반찬 삼아 먹었다. 오후에는 큼지막한 광어까지 수확하며 기세를 올렸지만, 보관 부주의로 놓치기도 했다.

이렇게 식량을 현지 조달하는 일은 무인도 생활의 가장 큰 묘미였다. 아무런 할 일도 없을 것 같았지만 무인도에서의 시간은 화살처럼 빨리 흘러갔다. 1박2일 동안 우리는 그곳에서 로빈슨 크루소가 됐다.

무인도 탐사 체크포인트
식수 충분히 준비하고 사전정보 파악해야

무인도에서 피서를 즐기기 위해서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특히 충분한 양의 식수를 준비해야 한다. 몸을 씻을 것까지 생각한다면 하룻밤을 머무는 데 1인당 10리터 정도는 필요하다. 문명에서 완전히 동떨어진 곳에 던져지는 만큼 막영구, 취사구, 여벌 옷, 구급약, 비상식량까지 철저히 챙겨야 한다. 여기에 약간 호사를 부려 그늘막과 소형 테이블 등 편의장비까지 더해지면 금상첨화다. 사람이 없는 곳이니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여분의 휴대전화 배터리도 챙겨두도록 한다.

무인도 탐사는 반드시 팀으로 움직여야 한다. 혼자일 경우 위급상황 발생시 대처가 어렵다. 짐을 많이 실은 상태로 배가 전복되면 재승선이 힘들어 옆에서 다른 사람이 도와줘야 한다. 사전에 갈 곳의 정보를 충분히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물때를 알아보고 조류 방향을 예측할 수 있다면 훨씬 수월한 투어링이 가능하다. 지역 주민들에게 물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바다는 많은 공부가 필요한 곳이다.

혼자서는 들기도 힘들 정도로 많은 짐이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조립식 카약은 패들러 외에도 60kg 짐을 거뜬히 실을 수 있다. 배의 중심이 흐트러지지 않게 잘 포장해 꾸린다면 훨씬 많은 짐의 수송도 가능하다. 게다가 카약은 짐을 실은 상태로 탄력만 받으면 큰 힘 들이지 않고도 진행이 가능하다. 그렇다고 너무 먼 거리를 운항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어차피 나간 만큼 돌아와야 한다. 편도 1~2시간 거리면 늘어난 짐으로 인한 체력저하는 미미하다.

찾아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 송악 나들목으로 빠져나와 38번 국도를 타고 고대국가공단과 석문방조제, 대호방조제를 경유해 도비도로 간다. 도비도에서 난지도행 선박(차량 선적 가능)은 평소에는 1일 3회 운행, 20분 소요. 해수욕장이 개장되면 여객선이 수시로 운행한다. 왕복 배삯은 승용차 25,000원, 승합차 35,000원, 승객은 1인당 5,000원을 받는다. 문의 도비도매표소(041-352-6867).


/ 글 김기환 기자
  사진 김승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