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상차림] 관객들 웃기 바쁜 연극 '용띠 위에 개띠'

10년간 26만 명이 본 연극 《용띠 위에 개띠》, 이탈리아 라 스칼라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4년 만의 내한 공연, 한국 전통건축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흙·짚·건축 전》, 에밀리 브론테의 장편 《폭풍의 언덕》을 일본을 배경으로 다시 쓴 미즈무라 미나에의 장편 《본격소설》. 조선일보 문화부가 매주 월요일 아침 배달하는 '문화 상차림' 이번 주 메뉴입니다.

연 극

《용띠 위에 개띠》가 대학로 이랑씨어터에서 다시 달린다. 용띠 만화가와 그를 취재하러 온 개띠 여기자의 2인극이다. 내기 좋아하는 남자와 내숭 한 점 없는 여자는 곧장 뒤엉키더니 결혼까지 직행이다. 결혼 7년차, 용띠의 사업은 헛발질이고 개띠도 권태와 싸우느라 지쳐갈 때 기어코 사건(?)이 터진다.

배우는 그대로다. 흐느적거리는 몸과 말투로 희극성을 극대화하는 이도경과 안정적인 앙상블을 만드는 백채연이다. 관객은 웃기 바쁘다. 극중에서 승부를 벌일 때마다 패자가 감당해야 하는 벌칙도 재미있다. 용띠가 두루마리 화장지를 콧구멍에 달고 내달리는 장면이 특히 유명하다. 금·토·일요일과 공휴일에만 공연한다. (02)766-1717

클래식

푸치니의 《나비부인》과 《투란도트》를 비롯해 숱한 이탈리아 오페라 걸작을 초연한 명문 극장이 밀라노의 라 스칼라 극장이다. 이 극장 관현악단인 라 스칼라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4년 만에 내한 공연을 갖는다. 정명훈의 지휘로 말러 교향곡 1번을 연주하며, 중국 피아니스트 랑랑과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협연한다. 9일 성남아트센터, 10일 서울 예술의전당으로 이어진다. (02)518-7343

미 술

흙과 짚으로 판을 만들고 그 위에 안료로 그린 코스모스, 흙을 다져 판화로 만든 물고기와 바다 그리고 구름의 형상들…. 모든 작품의 재료가 짚과 흙으로 된 작품 전시회가 열린다. 서울 명륜동2가 짚풀생활사박물관(관장 인병선)에서 9일 개막하는 《흙·짚·건축 전》이다. 한국흙건축연구회가 주관한 이 전시는 과거 우리 민족의 전통 건축재료였던 흙과 짚을 이용한 작품들로만 꾸몄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흙과 짚으로 지은 건축물을 촬영한 사진작품부터 실제 작가들이 찍은 흙벽돌, 유리에 붙인 흙이 마르며 생긴 균열을 통해 비치는 빛을 볼 수 있는 평면작품까지 한국흙건축연구회 소속 15명의 회원들이 출품했다. 시멘트 건물에 둘러싸여 사는 현대인들에게 포근한 흙의 질감을 전하는 전시회이다. 전시는 10월 5일까지. (02)743-8787

문 학

일본 소설가 미즈무라 미나에(57)는 속편이나 패러디에 뛰어난 재능을 보여온 작가다. 그의 데뷔작은 1990년 나쓰메 소세키의 유작 《명암》의 뒷얘기를 그린 《속 명암》이다. 이번에 소개되는 장편 《본격소설》(전2권·문학동네)은 영국 소설가 에밀리 브론테의 장편 《폭풍의 언덕》에서 서사의 큰 줄기를 따고 현대 일본을 무대 삼아 한 가문의 성쇠를 격동의 시대와 얼버무려 펼쳐낸다. 1960년대 일본의 고급 별장지인 가루이자와. 전쟁 후에도 귀족사회의 정취가 남아있는 이곳에서 사회적 계급과 국경을 초월한 강렬한 로맨스가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