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회 LG배 세계기왕전] 이세돌의 선고(宣告)

〈제5보〉(42~55)=42는 누가 봐도 트집잡기 힘든 수. '가'의 곳을 끊겨선 대마도 불안하고 중앙 발언권도 잃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세돌은 이 수를 이 바둑의 패착으로 '선고(宣告)'했다. 바둑계에서나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이 동네선 새카만 선배가 둔 수라도 가차없이 평가하고, 타당성을 인정받을 경우 그것이 '정답'이 된다. 특히 이세돌의 진단은 당돌하면서도 명쾌하기로 유명하다.

이세돌은 "45가 너무 컸고, 그 순간 졸지에 형세가 기울었다"면서 무조건 '나'로 달리고 볼 장면이라고 했다. 참고1도를 보자. 흑 2로 끊기면 큰일날 것 같지만 7까지 타개할 수 있다는 것. 중앙이 엷어진 대신 우변을 깬 즐거움도 상당하다. 흑은 18분의 장고 끝에 49를 차지하며 우세를 확인해 간다.

50의 전개에 51, 53으로 교란하면서 불길은 좌상일대로 옮겨졌다. 52로 다르게 받는다면 참고2도 1도 있다(9…4). 10 이후 흑 A가 신경 쓰인다. B엔 C로 후퇴할 수밖에 없다. 갑자기 달려간 55는 뚱딴지 같지만 고수의 면모가 약여(躍如)한 수. 다음 보에서 의미를 감상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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