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LG배 세계기왕전] 힘겨룸

〈제7보〉(60~69)=최근 20여 년 간 일본바둑은 세계 어떤 문화의 예에서도 찾기 힘들 만큼 덧없는 성쇠(盛衰)의 역사를 걸어왔다. 한 때 바둑의 천국으로 통하던 나라라곤 믿기 어려울 정도로 쇠락해버린 것. 국제대회가 본격화된 1990년대 이후부터 급전직하하더니 요즘엔 동양 3국 중 최약체로 분류된다. 90년대 이후 메이저급 국제대회를 복수(複數)제패한 일본기원 소속 기사는 한국 출신 조치훈, 중국 태생의 왕리청(王立誠) 2명뿐이다.

60에 붙여 강인하게 차단해간다. 하긴 백으로선 여기서 뭔가 소득을 올려야만 실마리를 풀어갈 수 있는 국면. 60으론 참고도 1도 생각해볼 수 있으나 흑은 2로 꽉 막을 것이다. 통째로 공격하려면 백3, 5인데 6으로 붙여 봉쇄가 안 된다. 이 진행은 백말도 강하지 못해 공격이라고 하기엔 부담이 큰 그림이다.

웬만한 기사들 같으면 여기서 죽이 되건 밥이 되건 한데 엉겨 뒹굴 만한데, 이창호는 한 호흡 조절하더니 61로 젖혔다. 66까지는 이렇게 될 곳. 그래 놓고 67에 붙이더니 68에 다시 69로 맞끊었다. 어찌 보면 강경책이고, 다른 눈으로 보면 타개를 위한 불가피한 상용수단이다. 본격 힘겨룸에 돌입할 조짐을 보이자 검토기사들이 모니터 앞으로 바짝 당겨 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