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회 LG배 세계기왕전] 완벽(完璧)주의

〈제9보〉(80~89)=모든 장면에서 '정답'만을 골라낼 수 있다면 바둑에서 패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장고파들은 그러한 노력으로도 완벽함을 기할 수 없음을 잘 알면서도 한 수, 한 수에 심혈을 기울인다. 머지않아 초읽기에 쫓길 것을 겁내지 않고 확신이 서야만 착점한다. 이런 류의 기사들을 만날 때마다 그 무서운 집념, 완벽주의, 장인(匠人)정신에 소름이 끼치곤 한다. 작전의 효율성은 물론 별개다.

흑이 ▲로 끊어온 장면. 시간이 거의 바닥난 조치훈은 80에 몰았는데 이게 이 판의 운명을 갈랐다. 참고도 1로 반대쪽에서 단수하고 3으로 울타리를 쳤더라면 아직 갈 길이 먼 바둑이었다는 중론. 88까지 상변에서 벌었지만 89의 '두점머리' 한방이 통렬했다.

백이 초읽기에 돌입한 것은 88수째부터. 어차피 1인당 8시간짜리 바둑에서도 100수 전에 시간을 몽땅 소진하는 조치훈이니 이상할 것도 없다. 하지만 시간이 넉넉한 상황이었다면 아마도 80의 착수 위치는 달라졌을 것이다. 초반의 완벽주의가 중, 후반에 큰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왜 모르랴. 그래도 조치훈은 평생 이런 패턴을 고집해 왔다. 89때 백 최선의 대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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