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필리핀… 부산은 '영화의 변방'을 품는다

아시아 영화 영토의 확장! 힘내라 한국영화!

13회를 맞는 올해의 부산국제영화제(10월 2일~10일)는 크게 이 두 개의 중심 기둥이 떠받친다. 전세계 60개국 총 315편이 상영될 올해 부산의 개막 작품은 카자흐스탄 영화 '스탈린의 선물'. 중앙아시아 국가인 카자흐스탄 영화가 개막작으로 선정된 것은 부산영화제 사상 처음이다. 동경과 홍콩 등 최근 아시아 영화의 맹주(盟主) 탈환을 노리는 거대 도시들에 맞서, 부산의 선구안과 수성(守城) 의지를 엿볼 수 있는 선택이기도 하다. 김지석 수석 프로그래머는 "널리 알려진 아시아 국가 영화도 중요하지만, 소외된 지역의 영화를 앞장서서 발굴하는 게 부산영화제의 책무"라면서 "감독·배우·제작 국가도 모두 낯설지만, 예술성과 대중성을 겸비하고 있는 만큼 개막작으로 잘 어울릴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필리핀 영화의 대거 상영도 올해의 특징이다. 수년 전부터 정부차원의 독립영화 지원을 받아 온 필리핀 영화가 거둔 성취의 현주소를 확인할 기회다. 올해 칸 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인 멘도사 감독의 '서비스', 도발적인 퀴어 시네마 '고고보이' 등 총 11편의 필리핀 영화가 부산의 스크린을 빛낸다.

한국 영화에서는 여성 감독의 약진이 단연 돋보인다. 단편 영화의 스타였던 이경미 감독의 '미쓰 홍당무', 부지영 감독의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가 파노라마 부문에 선보인다. 공교롭게도 공효진 주연이라는 공통점을 지닌 이 두 편의 영화는 한국 여성 영화의 새로운 활력을 보여 줄 것으로 기대된다. 다양한 스타일의 독립 장편영화를 선보이는 '비전' 부문에서도 여성 감독들의 활약은 눈부시다. 고태정 감독의 '그녀들의 방', 김소영 감독의 '민둥산', 강미자 감독의 '푸른 강은 흘러라'가 포함됐다. 이상용 한국영화 프로그래머는 "여성 감독의 영화를 통해 지금 한국영화의 지형도가 어떻게 바뀌고 있는 지를 확인해 보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