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싸웠더니 내가 누군지 알겠다"

    입력 : 2008.09.12 03:16 | 수정 : 2008.09.12 06:17

    조선일보 영화팀의 금주의 선택
    영화는 영화다

    갯벌 진흙을 뒤집어 써 누가 누구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영화 속 한 장면. /영화사 스폰지 제공
    이번 주 영화팀의 선택은 소지섭·강지환 주연의 '영화는 영화다'다. 액션과 코믹, 드라마에 멜로까지 곁들여있지만, 전체적인 극을 지배하는 다소 어둡고 음울한 분위기 때문에 관념적인 '추석 영화' 속 범주에 밀어 넣긴 쉽지 않은 작품. 한국 영화계의 '이단아' 김기덕 감독이 제작과 시나리오를 맡았다는 것 때문에 미리부터 이 영화의 대중성에 물음표를 던지는 관객들도 적지 않았다. 때문에 평단의 열정적인 지지와 극단적인 혐오를 동시에 지니고 있다.

    하지만 눈빛은 돋우되, 어깨에 힘을 뺀 두 남자 주인공이 내뿜는 거친 남성 호르몬의 향연은 열성 팬들의 지지에 힘입어 11일 개봉작 중에선 예매 순위 1위를 달리고 있다. 특히 공익근무를 마치고 4년 만에 관객 앞에선 소지섭은 특유의 음울한 시선과 스타일리시한 육체적 매력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김기덕 감독 조연출을 지낸 장훈 감독의 연출 데뷔작.

    배우가 되고 싶은 깡패 이강패(소지섭)와 사고뭉치 톱스타 장수타(강지환)는 서로 하나였듯, 상대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조금씩 찾아간다. '타자(他者)는 나를 비추는 자아'라는 자크 라캉의 명제처럼 둘은 서로 거울 속에 비친 '자아'처럼 자신을 인식해가기 시작한다.

    이 영화가 사랑스러운 건 '배우', 아니 '스타'들에 대한 빈정거림과 냉소를 유쾌하게 풀어 놓기 때문이다. 진짜인 듯 '연기'하는 배우 장수타(강지환)의 허상은 진짜 깡패 이강패(소지섭)가 내뱉는 독설에 조금씩 무너질 수밖에 없다.

    이 시점에서 이 영화가 지닌 미덕은 남다른 균형감각이다. 자칫 더 나아갔으면 '조폭 미화 영화'로 그렇게 비난 받았을지도 모른다. 인위적이긴 하지만 흰색 캐주얼 정장(장수타)과 검정 슈트(이강패)로 극명하게 갈리는 두 캐릭터는 마지막 회색빛 갯벌 격투신을 통해 서로가 결국 똑같은 단점투성이 존재일 수밖에 없는 걸 자인하게 해준다.

    ● 닮은꼴에 대한 흥미로운 상상, 액션에 대한 깔끔한 재미. ★★★★

    이상용 영화평론가


    ● 거칠게 써내려 간 만연체 액션 서사시. 퇴고가 절실하다. ★★

    황희연 영화칼럼니스트


    ● 줄거리: 깡패 못지 않게 주먹에 자신 있는 장수타(강지환)는 의도치 않게 상대배우를 폭행하고, 영화는 촬영 중단 위기에 놓인다. 우연히 술집에서 만난 조직 폭력배 이강패(소지섭)를 떠올리며 그에게 상대배우 역을 제안한다. 한때 배우를 꿈꿨던 강패는 흉내만 내는 배우들의 연기 놀음을 비웃으며 수타에게 한가지 제안을 한다. "액션 장면은 반드시 실제로 하자"고. 촬영은 시작되고 둘은 서로에게 진짜 주먹을 겨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