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영화] '바른생활' 순경의 은행강도 게임 외

'바른생활' 순경의 은행강도 게임 
바르게 살자 SBS TV 밤 11시20분

은행 강도 '역할'을 하는 인물에게 총을 맞고 죽은 것으로 '간주'된 경찰이 갑자기 살아나 자신은 방탄복을 입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자 은행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CCTV로 확인을 한다. 그러더니 그 경찰은 머리에 총을 맞았던 것이기 때문에 다시 살아날 수 없다고들 이야기한다. 결국 상황을 반전시키려 우기던 경찰은 원래대로 죽은 자의 위치로 돌아갈 수밖에 없게 된다. '바르게 살자'는 허구를 진짜처럼 따른다는 이 묘한 상황으로부터 독특한 웃음과 재미를 끌어내는 영화다.

 

아이디어는 한적한 삼포시에 새로 부임한 경찰서장(손병호)으로부터 비롯되었다. 최근 연쇄적으로 은행 강도 사건이 일어난 이 도시의 민심을 달래고 언론을 관심도 얻고자 그는 은행 강도 모의 훈련을 실제처럼 치를 것을 생각해낸 것이다. 그리고는 교통과 순경인 정도만(정재영)에게 범인 역할을 맡긴다. 영화에서 진행되는 사건들의 목록만을 작성해본다면 그것들 자체는 어디선가 이미 본 것들이다. 예컨대 사상자가 생기고 협상전문가가 나서고 인질을 교환하고 진압대가 투입되고 하는 일들은 은행강도를 다룬 다른 영화들에서 이미 숱하게 보아왔던 것들이다. 하지만 이런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가상 게임 속의 요소들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우리가 보는 것은 가상상황이지만 정도만이 은행강도가 된다는 임무에 너무 충실한 나머지 그와 경찰의 대치는 실제가 되어버린다. 영화는 이 같은 기발한 상황을 잘 이용한다. 중간중간 머뭇거리는 지점이 있을지언정, 대체로 끝까지 예측하지 못한 웃음을 자아내는 데 성공한다. 한편, 여기에는 정재영을 비롯한 여러 배우들이 만들어내는 안정된 화음도 한몫 했음을 지적해야겠다. 감독 라희찬. 2007년. 102분. 컬러. ★★★ (5개 만점)


전설의 보석을 둘러싼 소동  
원스 어폰 어 타임 KBS 2TV 밤 10시5분

'원스 어폰 어 타임'은 스스로를 '해방기 코믹 액션'이라 칭한 영화이다. 비록 이 영화가 조선이 일제의 그늘로부터 벗어나지 못한 시대를 다루긴 하지만 그 시대를 실제의 역사로서보다는 코미디와 액션이 펼쳐질 배경으로 다루려 한다는 뜻 정도로 이해하면 되겠다. 그게 또한 식민지 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이 흐름을 만들어내는 시점에서 '원스 어폰 어 타임'이 차별화를 이루려는 콘셉트인 것이다.

영화는 전설의 보석인 '동방의 빛'이 발견되는 것으로 시작한다. 오랫동안 이 보석을 찾아 다녔던 일본 군부의 총감은 그것을 본국으로 보내는 성대한 환송회를 개최한다. 경성 최고의 사기꾼 봉구(박용우), 재즈 가수로 알려져 있지만 알고 보면 '해당화'란 별명의 도둑이기도 한 춘자(이보영) 등이 '동방의 빛'을 주시하고 있으니 이 행사가 원만히 끝날 리는 없다. 영화는 '동방의 빛'을 둘러싼 여러 세력들의 쟁투를, 밀도감은 없지만 약간 비어있는 듯한 유쾌한 진로 위에 올려놓음으로써 가벼운 재미를 선사한다. 감독 정용기. 2008년. 110분. 컬러. ★★☆ (5개 만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