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영화] 惡을 응징하는 복수는 과연 善인가 외

惡을 응징하는 복수는 과연 善인가 
뮌헨 KBS 2TV 밤 12시15분

 

'우주전쟁'이 놀라웠던 것은, 스티븐 스필버그가 만든 영화에 대해 우리가 으레 가질법한 예측을 넘어서는 걸작이기 때문이었다. 그 영화와 단지 몇 달의 간격을 두고 공개된 '뮌헨'에서 우리는 또 다시 전작에서와 다르지 않은 놀라운 영화적 경험을 하게 된다.
 

영화의 출발점은 피로 얼룩진 1972년 뮌헨올림픽이다. 당시 팔레스타인 무장 테러 집단인 '검은 9월단'은 올림픽 선수촌을 급습해 이스라엘 선수단 11명을 죽였다. 이스라엘의 골다 메이어 수상은 강경하게 대응하기로 결정한다. 일단 '뮌헨'은 아브너(에릭 바나)를 비롯한 모사드의 다섯 비밀 요원들이 파리, 베이루트, 아테네 등지를 횡단하며 임무를 수행하는 이야기라고 간단히 소개할 수도 있겠다. 그럴 경우 여기서 우리는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를 기대할 법하다. 물론 이 영화에서 스필버그가 영화를 보는 이들의 박동을 빠르게 할 만한 장면들을 연출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뮌헨'은 비밀요원들이 벌이는 임무를 숨죽이고 따라가게 만드는 단순한 스릴러 영화가 아니다. 오히려 영화는 다분히 느린 전개 속도로, 그리고 불안함의 기운을 깔고서, 피로 물든 보복 행위와 그것의 끝없는 순환 과정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는 윤리적 성찰에 가깝다.

한편으로 우리는 '뮌헨'을 보기 전에 이런 의심을 가질 수도 있다. 스필버그가 유대계임을 감안하면 이 영화에서 그는 확연히 유대인 편을 들지는 않을까 하는. 하지만 그런 점에서라면 의심의 눈초리를 거둬들여도 된다. 영화 속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은 집과 가족을 소중히 여기는 '인간'으로 그려지고 주인공 아브너 역시 자신의 임무에 대해 고뇌하다가 결국에는 집을 잃은 자가 되고 만다. 세상을 보는 시각에 엄밀한 분석적 지성은 결여되어 있긴 하지만 여하튼 '뮌헨'이 자기 갱신을 하려는 스필버그의 시도로부터 나온 성취임은 분명하다.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원제 Munich. 2005년. 164분. 컬러. ★★★★ (5개 만점)



중년 남성들의 판타지 
즐거운 인생  SBS TV 밤 11시5분

"하고 싶으니까. 당신도 하고 싶은 거 있으면 하고 살아." 밴드 같은 걸 왜 하느냐는 아내의 물음에 남편은 그렇게 답했다. 영화 '즐거운 인생'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게 바로 그것일 터이다. 자신의 삶을 누려라. 이것이야말로 생활에 찌든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바람이자 현실을 무시한 듯한 충고이기에, '즐거운 인생'은 묘한 쾌감을 선사한다.

영화는 기영(정진영), 성욱(김윤석), 혁수(김상호) 예전에 '활화산'이란 밴드를 같이 했던 세 친구가 다시 음악에 빠져드는 이야기를 그린다. 실업자로 아내와 딸 눈치부터 보는 기영이나 낮에는 택배, 밤에는 대리 운전을 하며 바삐 사는 성욱이나 또 캐나다에 있는 가족 뒷바라지에 여념이 없는 혁수나 하나같이 '자신의 삶'을 살지 못하는 인물들이기는 매한가지이다. 그러니 다소 머뭇거리면서 시작했고 삐걱거리면서도 계속되는 그들의 밴드 활동은 '즐거운 나의 삶'을 누리는 길이다. 영화는 이음매가 아주 조밀하진 않지만 즐거움을 관객에게 잘 전달할 줄 안다. 감독 이준익. 2007년. 112분. ★★★ (5개 만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