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영화] 음표위에 실린 아름다운 사랑이야기

말할 수 없는 비밀

KBS 1TV 밤 11시40분

'말할 수 없는 비밀'에서 보는 이에게 가장 큰 인상을 주는 것은 주인공 샹룬(저우제룬)이 '피아노의 왕자'라 불리는 같은 학교 학생과 '피아노 배틀'을 벌이는 장면을 들 수 있다. 두 학생은 맑은 음악 소리를 무기로 그야말로 아름다운 전장에서 격돌한다. 그리고 카메라는 연주하는 그들 주위와 피아노 안팎을 자유자재로 오가면서 황홀한 시각적 음악을 연주한다. 이때 새삼 깨닫게 된다. 우리가 보는 이 영화는 음악이 주요 요소가 되는 영화임을 말이다.

'말할 수 없는 비밀'에서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은 음악이 스토리 전개와도 뗄 수 없는 관련을 맺는 데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단순히 말해 이 영화는 두 고등학생 남녀의 사랑 이야기에 대한 것이다. 이 사랑은 음악과 함께 시작해 음악과 함께 진행되며 마지막으로 음악과 함께 결실을 맺는다.

예술학교에 갓 전학 온 샹룬은 어디에선가 들리는 피아노 멜로디를 따라 100년이나 되었다는 음악 연습실까지 간다. 그곳에서 그는 피아노를 치고 있는 여학생 샤오위(구이룬메이)를 만나고 둘은 곧 가까운 사이가 된다.

이렇게만 보면 '말할 수 없는 비밀'은 풋풋한 청춘의 사랑 이야기일 것만 같다. 하지만 후반부 들어 영화는 방향을 튼다. 샤오위란 존재와 관련된 '비밀들'을 서서히 알려주면서 영화는 안타까운 격정의 이야기를 담은 판타지가 되는 것이다. 이 판타지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을 열어주는 것 역시 음악이다. 전체적으로 돌아보면 다소 긴듯한 전반부와 갑자기 방향을 바꾸는 후반부로 이뤄진 영화의 구성은 극적 조화에 다가가진 못했다. 그러나 주연뿐 아니라 감독까지 맡은 저우제룬이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에 인상적인 사랑 이야기를 실어 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말할 수 없는 비밀'은 아직 서른도 안 된 이 젊은 중화권 스타의 밝은 미래를 예상케 하는 작품이다. 감독 저우제룬. 원제 不能說的秘密. 2007년. 101분. 컬러. ★★★ (5개 만점)

음악, 그리고 소박한 사랑 

EBS TV 밤 11시25분

간소하게 만들어진 영화가 때로 화려한 장식을 뽐내는 영화보다 진심이 담겨 있음을 발견할 때가 있다. '원스'가 바로 그런 실례를 제공하는 경우다. 영화는 이름조차 알 수 없는 두 남녀의 복잡하지 않은 이야기를 그린다. 남자(글렌 한사드)는 더블린 거리에서 기타를 연주한다. 그는 피아니스트였던 체코 출신 여자(마르게타 이르글로바)를 만난다. 영화는 특별히 기교를 구사하지 않는 대신 우직한 시선으로 두 사람이 교감을 나누는 과정을 담는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매개 역할을 하는 것이 음악이다. 두 사람이 연주하는 음악 속에 음악에 대한 그들의 애정이 반영될 뿐만 아니라 서로에 대한 감정도 묻어나게 된다. 그런 점에서 '원스'는 눈부신 무대 앞에서 잠시 사건의 흐름을 멈추고 노래하는 인공적인 뮤지컬이 아니라 소박한 현실 속에 음악이 융화되는 리얼한 뮤지컬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 뮤지컬에는 인간의 숨결이 느껴진다. 감독 존 카니. 원제 Once. 2006년. 86분. 컬러. ★★★ (5개 만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