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 Camping] 제74회 가평 세계캠핑대회 스케치

경기도 가평군의 자라섬에서 열린 제74회 가평 세계캠핑대회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7월25일 전야제를 시작으로 11일간 계속된 대회는 8월4일 모든 일정을 마무리하고 폐막됐다. 이번 대회에는 25개국 1,300여 명의 캠퍼들이 참가해 자연 경관이 아름다운 가평의 최신식 캠프장에서 즐거운 축제를 즐겼다.

세계캠핑대회는 전 세계 캠핑마니아들을 위한 행사로, 매년 장소를 달리해 열리고 있다. 이 행사는 각국 캠퍼들과의 교류를 통해 새로운 문화를 접하고 경험하는 마당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세계캠핑대회를 주최한 것은 2002년 동해 망상대회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로, 이번 행사는 망상 대회의 10배 이상 큰 규모로 치러졌다.

가평캠핑대회 조직위원회는 이번 대회를 위해 지난해 3월 220억 원을 들여 주 행사장인 자라섬 오토캠핑장 조성에 들어갔다. 수변지구인 자라섬에 모빌홈 40동, 캐러밴 20대 등을 들여놓았고, 캐러밴 사이트 105곳과 191개 오토캠핑사이트를 설치했다. 국제적 수준을 자랑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오토캠프장이 탄생한 것이다.

조직위원회는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을 세계에 알리고 국내에 캠핑 문화의 발전 가능성을 확인하고 확산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장경우 조직위원장은 “망상 대회의 경우 행사 자체는 성공했지만 마니아를 위한 대회로 기록됐다”면서 “하지만 가평 대회는 우리나라에 오토캠핑 붐을 일으키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전문 오토캠프장이 그리 많지 않다. 이번에 개장한 가평까지 합해도 10곳이 넘지 않는다. 전국에 1,300여 오토캠프장을 운영 중인 이웃나라 일본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다. 하지만 이번 대회를 계기로 오토캠프장 조성을 검토하는 지자체의 활동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양한 공연과 체험행사로 만족도 높아
세계캠핑대회에 참가자 수는 예상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조직위원회는 당초 33개국 2,000명 정도가 신청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결과적으로 외국인 300명과 내국인 1,000명 등 총 1,300여 명이 대회에 참가했다. 세계캠핑대회와 함께 열기로 했던 청소년 세계캠핑대회는 참가 신청자가 없어 취소됐다. 또한 대회 기간 동안 폭우 등 악천후가 겹쳐 행사가 변경, 취소되는 등 진행이 매끄럽지 못해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7월25일 저녁 8시 KBS 특집 음악콘서트가 자라섬 중도에서 열리며 전야제가 시작됐다. 이 날 행사에는 가평군민과 캠퍼 등 6,000여 명이 참가해 인기가수의 공연을 즐기며 대회의 성공을 기원했다. 하지만 개회식이 열린 다음날부터 기상이 악화되며 폭우가 계속됐고, 일부 캠프사이트가 침수되는 등 행사에 차질을 빚었다. 불꽃놀이와 콘서트 개최시간 등도 변경됐다. 하지만 궂은 날씨 속에도 자원봉사자와 공무원들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에 주요 행사는 큰 차질 없이 진행됐다.

대부분의 캠퍼들은 낮 동안 야영지를 빠져나가 가평의 자연 속에서 여가를 즐겼다. 대회장은 나무가 거의 없는 공터라 뙤약볕을 피할 곳이 없다. 듬성듬성 심어 놓은 나무가 자라 시원한 그늘을 만들 때까지는 상당한 세월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가평은 천혜의 계곡과 산을 품고 있는 고장이다. 조금만 움직이면 시원한 그늘이 드리운 계곡에서 더위를 피할 수 있다. 한낮에 용추계곡을 다녀왔다는 한 가족은 피서를 겸해 대회에 참가했다고 말했다.

“첫날부터 비가 내려서 사이트를 옮기느라 고생스러웠어도 추억의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캠핑카 숙박료가 하루 10만 원 정도 들어간 셈인데, 충분히 그만한 값어치는 한다고 생각합니다. 난타와 비보이 공연을 비롯해 뮤지컬과 마술까지 평소에는 접하기 어려운 문화활동을 이곳에서 즐길 수 있었습니다. 외국인들과 함께하는 각종 체험도 재미도 있었고요. 아이들이 너무 좋아해서 기뻤습니다. 다음에도 이런 대회가 열린다면 꼭 참여하고 싶습니다.”

영화상영, 문화체험, 각국 장기자랑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은 많은 캠퍼들의 호평을 받았다. 대회장 곳곳에 마련된 체험 행사장은 언제나 인기 만점이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낮 동안에는 시원한 계곡과 캠프장 내 개울에서 물놀이를 즐기다가 매일 저녁이면 행사장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러한 체험 행사를 통해 캠퍼들은 각국의 문화를 경험하는 기회를 가졌다. 특히 국내외 30개팀 130명이 참가한 한우 요리올림픽과 대한민국 전통무술 경연대회가 큰 인기를 끌었다.

해외 캠퍼와의 만남도 국내 캠퍼에게는 독특한 재미였다. 300명이라는 많지 않은 숫자와 비교적 고령으로 이루어진 외국인 캠퍼들이었지만, 이국적인 캠프장 분위기와 어울리면서 국내 캠퍼들에게는 색다른 묘미를 제공했다. 참가자 박수화(32)씨는 “외국인 참가율이 높지 않다고 들었지만 막상 와서 보니 외국에 온 듯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며 “우리나라와는 달리 휴식이 우선인 그들의 캠핑문화도 엿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지난 2002년 망상대회에 이어 이번 가평대회를 찾은 핀란드인 요르마 카할모(69)씨는 “예나 지금이나 한국 캠퍼들은 참 친절하다”며 “가평은 특히나 자연경관이 뛰어나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캠프장 내에서 전시된 독특한 캐러밴도 캠퍼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1958년 생산된 골동품 캐러밴과 집으로 변신되는 캐러밴, 고급 호텔에 비견되는 멋진 인테리어의 초고가 캐러밴, 미니 캐러밴 등 평소 보기 힘든 이색적인 캐러밴을 한 자리에서 관람할 수 있었다. 공연장이 있는 중도에는 향토특산물 전시장도 마련되었다. 가평 지역의 특산물과 공예품 등을 구입할 수 있는 곳이다. 강변에 카누 등 수상레포츠를 체험할 수 있는 코너도 있어 레포츠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인기였다.

자라섬을 캠퍼들의 베이스캠프로
8월3일 열린 세계캠핑대회 폐막식은 맑고 깨끗한 날씨 속에 거행됐다. 대회 기간 중 궂은 날이 많아 주최측은 물론 캠퍼들까지 고생이 심했지만 마지막은 깔끔했다. 폐막식은 군악대의 연주와 성남시 어린이합창단 공연에 이어 시상식과 차기 개최지인 영국에 대회기가 전달되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 날 행사에는 장경우 대회조직위원장, 페레이라 세계캠핑연맹 총재, 이진용 가평군수 등 500여 명의 국내외 캠퍼와 관계자들이 참석해 성공적인 대회의 마무리를 축하했다. 캠퍼들은 폐막식이 열리기 직전 각국을 상징하는 전통 의상을 입고 30여 분간 퍼레이드를 벌여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진용 가평군수는 폐막식 인사말을 통해 “자라섬은 미래 성장을 주도할 가평의 보물로 캠퍼들의 베이스캠프는 물론 생태·문화·축제·체험의 중심지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가평군은 자라섬을 대한민국 캠핑메카로 키워나갈 계획이다. 또한 대회장 인근에는 올 연말까지 열대식물과 다도문화 등을 체험할 수 있는 생태테마파크를 완공할 예정이다.

세계캠핑대회는 벨기에에 본부를 둔 세계캠핑연맹이 각국을 돌며 매년 개최하는 행사로, 총회에서 3년 후 개최지를 미리 결정한다. 이번에 가평 청심수련원에서 열린 세계캠핑대회 총회에서는 2011년 대회 개최지로 체코가 결정되고, 페레이라 현 총재가 재선출됐다. 내년 대회는 영국에서 열리게 된다.

/ 글 김기환 기자
  사진 허재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