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만의 스크린 복귀' 소지섭이 밝히는 '내 인생 영화같은 일'

소위 한류스타인데 너무 겸손했다. 단지 시사회 직후 쏟아지는 호평이 즐거울 뿐, 소지섭은 이미 자신이 정상의 위치에 올랐음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는 듯했다. 드라마'미안하다 사랑한다'(KBS)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을 때 군 대체복무를 시작했기 때문일까.

"마지막 날까지 정신없이 뛰어다녔으니까요. 팬들의 뜨거운 사랑을 체감하기 직전에 또 다른 생활을 시작한 셈이죠."

그래서인지 인기 거품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일은 없었다. 대체복무 이후 차기작 또한 오히려 의외의 선택에 가까웠다.

그가 국내팬들에게 본격 컴백을 신고하는 작품은 장훈 감독의 '영화는 영화다'다. 약 10억원의 저예산 영화로, 감독도 신인이었다. 소위 대박을 보장해주는 안전카드와는 거리가 멀었다.

"주위에서 다들 말렸어요. 하하. 그런데 강패란 인물이 너무나 매력적이더라구요."

강패가 우연히 만난 액션 스타 '수타'(강지환)의 제안에 따라 영화를 찍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이 기둥 줄거리. 현실같은 영화와 영화같은 현실이 잘 짜여진 얼개에 따라 펼쳐지면서 관객들을 유혹한다.

시사회 직후 평단과 관객의 고른 호평 덕분에 '영화는 영화다'를 바라보는 시선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스크린수가 대폭 늘어났으며, 상반기 최고 화제작인 '추격자'를 능가한다는 극찬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소지섭이 생애 최고의 연기를 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그는 정작 겸손했다.

"4년만의 현장 복귀작이잖아요. 처음 현장 나가는 날 잔뜩 긴장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느낌이 참 좋더라구요."

촬영 시작 전부터 영화의 매력에 푹빠진 그는 진흙탕 액션신도 즐겁게 찍었다. 몸을 사리지 않는, 리얼 연기를 하는 재미가 쏠쏠했다는 이야기다. 파트너인 강지환과 하루종일 진흙을 먹어가며(?) 서로 목을 실제로 졸랐다. 눈이 빨갛게 충혈된 모습은 연기가 아닌, 실제 상황이었던 셈이다. 극 중 쉴새 없이 엄지와 검지로 입가를 쓸어내리는 동작은 그의 아이디어. 영화의 백미로 뽑히는 강타의 페이크 액션신도 그가 현장에서 제안한 것이다. 비극적 상황이 고조되기 직전, 강타가 평화롭게 똘마니와 장난을 치는 이 장면은 '배우 소지섭'의 탄생을 알려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의 인생에서 '영화같은 일'을 꼽는다면?

고3때 수영대회에서 3등을 한 일을 첫번째로 꼽았다. 자기 최고 기록을 깨면서 터치패드를 찍던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다는 이야기.

두번째 연예계와 인연을 맺게 해준 '사건'이다. 패션브랜드 스톰의 모델로 전격 발탁되면서 배우로까지 성장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세번째 영화같은 일은 '영화는 영화다'가 될 듯. 연말 트로피 받기 위해 바쁘게 뛰어다녀야할 것 같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