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이 신동으로 태어나다, 너무 다른 아버지를 만나다

성열군의 아버지는 반쯤 취한 목소리로 북 장단에 맞춰 아들에게 '씨X'과 '인마'를 쏟아낸다. 도립국악대회 입상 경력의 아버지 밑에서 말보다 소리를 먼저 배웠다는 성열군은 제대로 소리 교육 한번 받아보는 게 소원이었다. 지난해 6월 SBS 프로그램 '놀라운 대회 스타킹'에 출전해 시청자들의 눈물을 쏙 빼놨던 주인공이기도 하다.

"네가 이렇게 어린데 아는 게 뭐가 있겠느냐. 그냥 아버지 하란 대로 하는 거지"라는 대사는 극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전제 같다. '신동 찬양가'보다는 일종의 '사회 고발극'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것도 아이 못지않게 주변 환경에 초점을 맞춘 감독의 시선 때문일 것이다.

그동안 아버지에게 '키워진' 두 아이는 이제 스스로 '자라나야' 할 순간에 맞닥뜨리게 된다. 변성기를 눈 앞에 두고 스스로와 싸우며 목소리를 찾아가야 할 수범군과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 정식 교육을 받기 시작한 성열군. '수동태'에서 '능동태'로 변신하고 있기에, 지금보다 10년 뒤가 더 궁금해진다. 미국 독립영화제인 시라큐스국제영화제에서 장편 다큐멘터리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전체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