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전' 허준호, 中사신에 욕설신 '굴욕의 역사' 가슴아파 눈물

"안성기가 욕하는 거 보고 울었다."

영화 '신기전'에서 세종(안성기)을 보필하는 호위무사 창강 역을 맡은 허준호가 한국인다운 뜨거운 모습을 보였다.

'신기전'은 조선 세종 때 명나라의 과도한 간섭에 지친 나머지 화약무기 개발을 통해 조선의 자주를 찾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영화엔 명나라 사신의 무례한 행동과 공물 요구에 왕인 세종이 욕을 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관객들은 왕이 욕하는 것에 한번 놀라고 '국민배우' 안성기가 욕을 하는 사실에 다시 놀란다. 신기하고 재미있으면서도 상당히 씁쓸한 장면이다. 세종의 호위무사에겐 더욱 가슴 아픈 장면이었다. "이 장면에서 웃으시는 분들도 많은데 전 시나리오 보면서 울었습니다. 자존심 상하고 가슴 아픈 상황이죠. 실제로 태조 이성계가 사신을 맞아 절하고 맞이하는 역사 기록도 남아 있습니다."

허준호의 뜨거운 눈물은 영화가 상영중인 지금도 유효하다. 그는 시나리오를 통해 신기전을 처음 알게 됐을 때의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신기전을 보고 '어 우리나라에 이런 것도 있었어?'란 생각과 함께 필이 꽂혔어요. 바로 인터넷 검색하고 자료들을 찾아봤죠. 한국만의 영웅적인 이야기에 너무 뿌듯하고 감격해서 '이 영화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고요."

그는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 연기로 이런 열정을 쏟아냈다. 정재영과의 사랑과 국가를 두고 벌이는 일대일 결투 신, 마지막 명나라와의 통쾌한 전쟁 신에서 얻은 크고 작은 부상은 허준호에게 일종의 훈장과도 같았다.

그가 이렇게 몸을 아끼지 않은 이유는 '신기전'에 대한 깊은 애정 때문이기도 하지만 프로 배우로서의 기본 자질 때문이다.

"후배들이 무섭습니다. 항상 긴장하고 있어요. 어려서부터 연기하시는 아버지(허장강) 친구분들을 봐왔는데 어느 순간 TV나 극장에서 사라지시는 걸 많이 봤어요. 절대로 쉽게 연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몸으로 알고 있죠."

점차 나이가 들어가는 허준호에게 그래서 '신기전'의 의미가 더욱 컸을지 모르겠다. 드라마 '주몽'과 '신기전'에서 보여준 화려한 액션 연기가 이제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우가 점점 나이가 들면 캐스팅이 줄어드는 게 자연스러운 거죠. 이젠 아버지 캐릭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다른 연예인들이 사업이나 부동산 등으로 노후를 준비하는 것에 반해 그는 연기로 노후를 대비하고 있었다. 허준호는 천상 배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