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LG배 세계기왕전] 이색(異色)카드

〈제1보〉(1~11)=세계대회를 치르다 보면 전혀 예상 못했던 카드가 만들어지곤 한다. 김형환(22)과 일본 야마시타(山下敬吾·30)가 겨룬 이 바둑도 그런 케이스. 무명에 가까운 한국 신예와 일본 정상권 스타의 만남이니 흥미로운 조합(組合)이랄 수밖에. 하지만 반외무인(盤外無人)이라 했다. 승부사가 판 앞에 앉는 순간 상대는 없고 오직 바둑판만 존재한다. 시작할 무렵 냉기가 흐르던 반상(盤上)은 몇 수 놓이지 않아 뜨거운 열기를 내뿜기 시작했다.

소목과 화점으로 조화를 추구한 뒤 5로 귀를 굳혔다. 최근 대유행 중인 포진이다. 6이 재미있다. 이른바 '미니 중국식'은 선착(先着) 특권을 가진 흑의 전유물이 아니었던가. 6은 7 자리로 흑진을 갈라치는 게 상식으로 돼 있다. 당연한 흑 7에도 첫 장고(4분)를 거칠 만큼 김형환은 신중하다.

10까지 무난한 진행. 아직은 피차 '파괴'보다는 '건설'에 주력하는 시기다. 하지만 머지않아 돌이 엉키다보면 반상은 지축을 울리는 포성(砲聲) 속에 아비규환의 살육장으로 바뀌리라. 먼저 뛰어든 11로 참고도 1이었으면 '평화'는 좀 더 지속됐을 것이다. 여기서 백이 준비한 공격 수단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