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회 LG배 세계기왕전] 살얼음판

〈제3보〉(22~36)=야마시타는 일본 최고타이틀 기성(棋聖)을 보유 중인 공식 일본 1인자. 지난 봄 조치훈의 도전을 4대3으로 뿌리치고 3년 연속 우승했다. 머지 않아 라이벌인 장쉬를 도전자로 맞아 '왕좌' 타이틀 방어전에도 나선다. 그가 8살이던 초등학교 2학년 때 전국소년소녀바둑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아직도 일본 바둑사상 최연소 기록으로 남아 있다. 93년 프로가 된 후 10년 만에 九단에 오른 것 역시 누구도 흉내내기 힘든 기록적 스피드.

22로 젖히는 데 물경 23분이 걸렸다. 1인당 3시간짜리 바둑에서 한 수에 23분이라면 엄청난 투자다. 무엇을 고심했을까. 참고도와 실전 진행의 우열을 비교했을 가능성이 높다. 실전보 23의 선수 한 방이 너무 아프므로 참고도가 무난했으리란 중론. 백 5가 봉쇄의 급소다. 아무튼 실전은 쌍방 끊고 끊기면서 난타전으로 접어들었다.

백 28, 30이나 흑 31, 33은 비슷한 의미의 행마법. 늘고 싶은 곳을 자연스럽게 늘도록 상대에게 강요하는 것이 이런 경우의 요령이다. 36에 꼬부려 누가 누구를 쫓고 쫓기는지 알 수 없는 혼전이 계속되고 있다. 이번엔 흑이 돌을 쥘 생각을 하지 않는다. 한 수만 삐끗하면 그대로 밀려버릴 박빙(薄氷)의 싸움이니 쉽게 결정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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