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LG배 세계기왕전] 제자리 뛰기

 

 

〈제4보〉(37~44)=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란 게 있다. 해마다 각국을 돌며 미래의 최고수를 뽑는 권위 있는 행사다. 이세돌 박영훈 이영구 강동윤 창하오 구리 천야오예 등 현재 세계를 주름잡는 강자들 대부분이 이 대회 우승을 거쳤다. 김형환은 제18회 대회 우승자. 입단 직전이던 2001년 시니어부를 제패했다. 경쟁자인 중국선수들이 그해 비자문제 때문에 못 나왔지만 김 四단의 이력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다.

37은 21분의 장고를 거쳐 놓인 수. 하지만 검토실에선 "좀 더 생각을 요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40에 이르니 백은 단곤마, 흑은 양곤마의 형상이 돼 졸지에 형세를 그르친 것. 참고1도 흑1로 물어보는 수가 있었다. 2로 받아주면 7까지 백 요석을 잡아 만족이다. 그렇다면 백은 참고2도 2가 불가피한데 7까지 멋지게 타개할 수 있었던 것.

42로 힘을 비축하고 44로 뛰어선 백 쾌조의 진행이다. 반대로 흑은 상하 모두 제자리 뛰기를 하는 느낌. 순식간에 벌어진 변란이었다. 좌변 전투에서 입은 흑의 내상(內傷)은 생각보다 깊다. 자, 여기서 흑은 '가'로 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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