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LG배 세계기왕전] 게 걸음 행마(行馬)

 

 

〈제5보〉(45~57)=일본은 20세기 중반 이후 세계최고의 '바둑시장'으로 군림했던 나라. 그러나 1인자 자리만은 꽤 자주 외국출신 기사들에게 넘어가곤 했다. 한국 태생의 조치훈 조선진 류시훈, 대만서 건너온 린하이펑(林海峰) 왕리청(王立誠) 왕명완(王銘琬) 장쉬 등이 그들. 이런 관점에서 '일본 토종' 출신의 톱 랭커 야마시타는 특별한 '상품성'을 지니고 있다. 야마시타가 2003년 왕리청으로부터 기성 위를 탈취했을 때 일본 팬들이 보인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45의 '게 걸음'도 불가피하다. 무심코 참고도 1로 뛰었다간 2로 건너붙이는 수단이 있기 때문.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흑의 행마가 계속 꼬이고 있다. 46의 날 일자는 강수이자 요소(要所). 흑도 이제는 고분고분 응수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47로 건너붙여 역전의 실마리를 노리고 나섰다. 51까지, 계속되는 콘셉트는 '절단'과 '전투'다.

당연한 52에 53도 필연의 한 수. 결국 백은 56까지 하변과의 도킹에 성공했고 흑은 57로 돌파했다. 이제 싸움터는 중앙이다. 주도권은 누구에게 있을까. 어찌 보면 백 2점이 갇힌 것 같고, 또 어찌 보면 흑이 부담스런 자세인 듯싶기도 하다. 백이 '가'로 나가 끊는 수가 있느냐가 현 국면의 초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