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순간, 그녀의 선택은 옳았을까

가을의 극장가는 성찰의 계절. 속도와 규모로 대중을 제압하던 블록버스터의 절기가 지나고, 스스로를 살피고 되돌아볼 수 있는 소박한 작품들이 늘어나고 있다. 25일 개봉한 바딤 페럴만 감독의 '인 블룸'(In Bloom)도 그 중 하나. 데뷔작이었던 전작 '모래와 안개의 집'(2005)으로 인종과 계급의 문제를 고민하며 그 해 아카데미 3개 부문 후보에 올랐던 감독은, 이번에는 선택과 운명이라는 그리스 비극 이래의 고전적 주제를 흥미로운 방식으로 변주해내고 있다.

영화는 제목 그대로 꽃이 피어나는 아름다운 순간들을 섬세한 영상으로 포착하며 시작한다.

그리고는 곧 비극에서 혼자 살아남은 30대의 다이애나(우마 서먼)와 과거 여고생 시절의 다이애나(에반 레이첼 우드)를 끊임없이 왕복하며 인생이라는 거대한 모자이크를 완성해 나간다. 현재의 그녀는 15년 전 고등학교 총기난사사건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로 묘사된다. 열일곱 청춘 시절에는 충동적으로 성(性)과 삶을 소비하던 반항적 소녀였지만, 지금은 딸을 가톨릭 초등학교에 입학시킬 만큼 보수적인 엄마. 어떤 선택이 다이애나의 180도 변신을 이뤄낸 것일까.

로라 카시스케의 소설 '그녀의 눈 앞에 있는 삶'(The Life Before Her Eyes)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이 작품은 사실 명쾌한 기승전결을 지닌 대중 영화는 아니다. 그보다는 관객에게 인내력을 요구하면서, 영화 전반에 펼쳐져 있는 수많은 은유와 상징을 자발적으로 해석하도록 이끈다. 형식적으로는 그날 그 비극의 현장에서 다이애나가 어떻게 살아남았는가를 추적하는 미스터리 드라마지만 페럴만의 진정한 관심은 운명이라는 거센 소용돌이를 거부한 한 젊은이의 양심과 상상력에 놓여 있다.



▶줄거리

학교 화장실에서 수다를 피우던 두 여고생이 멈칫한다. 햇빛 찬란한 봄날의 정적을 깨는 총소리. 그리고는 총으로 무장한 남학생이 들이닥친다. 이어지는 잔인한 질문. "한 명만 쏠 거야. 누구를 죽일까?"

15년 후. 다이애나(우마 서먼)는 교수인 남편 폴과 어린 딸 하나를 두고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하지만 총기난사사건 15주년이 다가오면서 다시 잠을 이루지 못한다. 그녀의 선택은 옳았던 것일까.



▶전문가 별점

·바딤 페럴만 감독의 관심사가 잘 드러나는 기억과 상처에 관한 볼만한 수작. ★★★☆

이상용·영화평론가

·피어날 듯 피어날 듯 피어나지 않는 이야기. ★★☆

황희연·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