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우를 보러 가서 영화를 보고 왔다

이 영화는 실재(實在) 그룹 '데블스(Devils)'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픽션이다. 데블스는 68년부터 80년까지 활동하며 4장의 앨범을 낸 한국 '솔(soul)'의 대부다. 조승우는 '데블스'의 리더 상규로, 신민아는 데블스와 함께 유행을 주도한 '미미와 와일드 걸즈'의 미미로 변신해 '로큰롤 정신'을 쏟아냈다. 이 영화에 '시대 정신'이 결여됐다고 비판하는 건 다소 어울리지 않는다. 야간 통행금지, 장발·미니스커트 단속의 70년대에 젊은이들은 '퇴폐문화' '춤바람'이라는 나름의 방식을 통해 시대와 불화한 셈이니까 말이다.

조승우가 직접 기타를 튕기며 부른 노래는 10곡. 60~70년대를 풍미한 윌슨 피켓의 '머스탱 샐리', 아이크 앤 티나 터너의 '프라우드 메리'등 명곡들이 빠른 비트로 편곡돼 영화의 속도감을 높인다. 시나리오 초기부터, 음악 선곡까지, 모든 작업을 함께 해 거의 "'산고(産苦)'를 치른 것 같다"는 말한다.

'조승우에 의한 영화'는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조승우를 위한 영화'라고 섣불리 말하긴 쉽지 않다. 스타 조승우에게 무게 중심이 쏠리는 건 당연하지만, '상규의 데블스'보다는 '데블스' 그 자체로 다가온다. 촬영 이전부터 친해 이미 홍대에서 2번이나 공연을 가진 '끈끈함'이 만든 결과인 듯싶다. 그룹 '노브레인' 리더 출신이자 홍대 인기 밴드 '더 문샤이너스'의 리더 차승우(만식 역·기타)의 '날 생선' 같은 모습이 눈에 띈다. 조승우는 "연기 경험이 없는 차승우지만 그의 눈빛은 짐승 같았다"라면서 "지금껏 상대 배우에게 처음으로 느껴보는 신선한 감정이었다"며 덕담을 쏟아냈다. "뮤지컬 '헤드윅' 때도 '조승우 보러 왔다가 오만석 팬 돼서 돌아간다'라는 말을 워낙 많이 들었어요. 제가 '얼굴 마담'이라도 해서 다른 배역의 매력에 빠진다면 좋은 것 아닌가요."

조승우는 부드러운 성격보다는 까칠한 성격으로 소문 나있다. "그 소문은 제가 낸 거예요." "착하고 밋밋한 소년 이미지를 벗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이 생각 많은 배우는 그의 연기력만큼이나 대중을 조정하는 힘을 가진 게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