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회 LG배 세계기왕전] 전면전

〈제6보〉(58~69)="초1류들과 진정한 승부를 해보고 싶다." 2002년 입단 직후 바둑월간지에 실린 김형환의 인터뷰기사 제목이다. "이세돌 사범님처럼 박진감 넘치고 변화 많은 바둑을 두고 싶다"고도 했다. 김형환의 첫 번째 꿈은 올해 LG배를 통해 이뤄졌다. 기라성 같은 선배들과 '진정한 승부'를 펼친 것은 그의 기사생활 중 처음 있는 일. '이세돌급'인지 아닌지는 불분명하지만 오늘도 그는 적어도 박진감 면에선 만점에 가까운 바둑을 연출하고 있다.

58, 60으로 나와 끊었다. 확신이 서지 않으면 쉽지 않은 수단이건만 노타임(1분 이내 착점)으로 결행했다. 이것은 자신감만이 아닌, 컨디션의 차원이기도 하다. 야마시타의 수읽기가 오늘따라 정밀하게 가동 중이란 의미다. 58로 참고도 1이하 7까지는 무난하되 싱겁다. 흑이 워낙 편해지기 때문.

흑 61로 '가'는 백 61로 간단히 좌사(坐死)한다. 계속해서 흑 '나'로 붙여봐도 백 '다'로 조여 흑의 한 수 부족이다. 결국 61 이하 69까지는 쌍방 기호지세(騎虎之勢). 확전(擴戰)이 거듭되면서 본격 전면전으로 번지고 있다. 하지만 이 수순에서도 69에 앞서 선행(先行) 수순 하나가 빠졌고, 그로 인해 흑은 본격적인 고전의 늪으로 빠져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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