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구, '트럭'서 연쇄살인범역...극한 상황 체험 '고립생활'

인터뷰할 때 진구는 장난꾸러기 같다. 유난히 반짝이는 눈빛과 환한 웃음은 절로 주위를 환하게 만든다. 드라마 '스포트라이트'에서 좌충우돌 초보 기자 이미지가 선명하게 박혀있는데, 영화 '트럭'의 연쇄살인범으로 관객들과 만났다. "촬영 직전 자문을 구하러 전문가를 만났어요. 살인범들과 눈이 닮았다는 뜻밖의 말을 들었어요. 하하."

연쇄살인범들은 마치 육식동물과 같이 한가지 길만 보기 때문에 의외로(?) 맑고 깨끗한 눈을 가졌다는 이야기다.

사실 진구도 영화를 시작하기 전엔 단 한쪽만 본다. 작품과 캐릭터에 푹 빠져 혼자만의 담금질을 거듭한다. 사실 그간 '비열한 거리' '아이스케키' '사랑따윈 필요없어' '기담' 등에서 다양한 연기스펙트럼을 과시하기까지는 진한 구슬땀의 과정이 있었다.

'트럭'은 이중에서도 가장 힘든 '프리프러덕션' 단계를 거친 경우. 극한으로 자기 자신을 몰아가야한다는 판단에, 한달 가까이 '감금 생활'을 했다. 바깥 나들이를 안한 것은 기본. 사람들과의 연락도 거의 하지 않았다. 불도 켜지 않은 방에서 혼자 의식주를 해결하며 지냈다. 하루 컵라면 한개로 허기를 달랬다. 가급적 어둡고 외롭게 지내면서 시나리오를 분석했다. 아들을 항상 믿고 응원해주시는 부모님은 조용히 그의 결정에 따랐다.

"크랭크 인 전에 연쇄살인범과 관련된 각종 서적과 신문 기사, 영화 다큐멘터리까지 섭렵했어요. 하지만 가장 효과적이었던 건 이 3주간의 고립 생활이었죠."

그가 이 영화에서 맡은 김영호란 인물은 겉보기에는 소년같이 맑고 선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만, 뒤에서는 악마같은 일을 서슴지 않고 저지른다. 경찰 호송차에서 탈주해 무지막지한 살인을 저지르는 그가 트럭운전사 철민(유해진)의 차에 타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한정된 공간에서 두명의 배우가 공포의 완급을 조절해야하는 영화였죠.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촬영 첫날부터 몸이 자연스럽게 풀리더라고요. 영호란 인물에 완전히 몰입했기 때문이죠."

그래도 한여름 트럭 안에서 조명을 정면으로 받으며 촬영을 하느라 고생했다. 호수에서 철민과 격투를 하는 장면도 결코 쉽지 않았다. 그러나 첫 주연작이라는 점에서 그의 발길을 더 바쁘게 만들었다. "관객 여러분이 기대하실 스릴러 그 이상의 스릴러라고 자신합니다. 가을의 서늘함을 극장에서 즐겨보세요."

진구의 앞날은 화려하다. 유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 '29년'에서는 대통령 암살단의 일원인 사설 경호원으로 출연한다. 또 봉준호 감독의 '마더'에서는 원빈의 친구로 나와 쾌활한 캐릭터를 소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