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묵화 오랜 전통, 현대적으로 재해석

남도 산수화의 거장 의재(毅齋) 허백련(許百鍊·1896~1977) 화백의 장손(長孫)이자 그를 사사한 제자로, 전통 남종 문인화를 현대적으로 계승하고 있는 직헌(直軒) 허달재(許達哉) 화백이 중국의 대표적 국립미술관인 베이징 '중국미술관'에서 초대전을 갖는다.

중국미술가협회의 초대로 마련된 이번 전시는 9월 27일부터 10월 7일까지 990㎡(300평) 규모의 중국미술관 동관(제5전시관)에서 열린다. 중국 전시는 10월 21일~11월 5일 중국의 주요 미술시장인 선전(深土川)의 '선전시립화원'으로 이어진다.

허 화백은 '정중동(靜中動) 고중신(古中新)'이라 이름 붙인 전시에서 동양 수묵화의 오랜 전통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새로운 작업들을 선보인다. '포도' 연작과 '백매' '홍매' '흑매' 등 매화 그림, 토기와 찻잔 모양을 격자형태로 구성한 '문향(聞香)' 연작, 완전한 추상에 가까운 '성외성(聲外聲)', 정물화 계열의 '배추' '맨드라미' '연꽃' '사과' 등 대작 위주로 30여 점을 출품한다. 가장 큰 작품(백매1)은 가로가 8m40㎝나 된다.

상휘(尙輝) 중국미술가협회 '미술' 집행주필은 "허 화백의 그림에는 문인화가 갖춰야 할 독특한 학자풍의 기분과 세속을 벗어나는 우아하고 격조 높은 분위기뿐 아니라, 현대화가로서 시대적 창작의식이 녹아 있다"고 평가했다.

평론가 오광수(전 국립현대미술관장)는 "그의 작품은 내용과 기법에 있어 과거의 양식을 연상케 하지만, 동시에 현대적 감각이 강하게 지배하고 있다"고 했다.

허 화백은 "전통을 지키며 현재의 삶에 충실하다 보면 새로운 것이 나온다는 선인들의 교훈을 되새겨 '고중신(古中新)'을 전시 주제로 삼았다"고 말했다. "전통 수묵화가 어떻게 변화해야 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는 중국 화단도 이런 관점에서 (내 작업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고 봅니다."

허 화백은 광주 의재미술관 이사장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