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회 LG배 세계기왕전] 장대 행마(行馬)

〈제7보〉(69~80)=야마시타의 이력서를 보면 화려하다 못해 눈이 부실 정도. 약관을 갓 지난 22세의 나이로 기성(碁聖)을 탈취, 메이저 우승자가 되더니 23세 때는 최고타이틀 기성(棋聖)을 따내면서 입단 후 단 10년 만에 九단에 올랐다. 97년 五단 시절엔 1년간 42승 4패, 승률 0.913을 마크했고 이듬해엔 17연승을 달렸다. 국제무대에선 큰 성적을 못 냈으나 올해 삼성화재에선 일본 기사론 유일하게 8강에 합류, '일본의 자존심'으로 활약 중이다.

69는 지극히 당연한 점이지만 용의주도하지 못했다. 참고도 흑 1을 선수하고 갈 자리. 이렇게 버텼으면 흑5 이후 백의 운석(運石)도 만만치만은 않았을 것이다. 백이 기민하게 70으로 먼저 두들기니 75까지 어쩔 수 없는 일방통행인데, 이것은 백도 우변 대마의 짐을 덜어 작전하기 편해졌다.

그래 놓고 백은 예상했던 대로 80에 빠진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장대 행마' 퍼레이드다. 백은 '가'로 틀어막는 수와 '나'로 이어가는 수단을 맞보고 있음이 한눈에 감지된다. 반면 흑은 좌우 어느 한쪽이라도 갇히면 곤란해질 처지. 오른쪽 백의 외곽을 강화시켜준 죄과다. 아마추어의 눈으로 보기에도 흑의 위기. 이 난국을 타개할 묘수가 과연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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