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얼음 승부' 원성진이 끝내줬다

원성진이 천국과 지옥의 갈림길에 섰던 소속 팀 월드메르디앙을 천국으로 이끌었다. 한게임 팀과 맞선 시즌 11차전은 엎치락 뒤치락 하는 가운데 4국까지 2대2의 호각세. 운명을 가를 최종국이 밤 9시(26일)에 시작됐다. 입단 만 1년째의 루키 이현호(20)와 마주앉은 원성진은 살얼음판을 밟듯 신중한 마무리 끝에 백으로 2집 반을 남겼다. "어려운 고비가 많았다"는 겸손이었지만 시종 주도권을 행사한 완승이었다.

원성진의 '결승 타점'으로 소속 팀 월드메르디앙(7승4패)은 3위로 한 단계 점프, 4강까지 주어지는 포스트시즌 진출 꿈을 향해 한 발짝 더 다가섰다. 팀의 주장(1지명자)을 맡고 있는 원성진도 이 승리로 개인성적 7승(4패)째를 올리며 다승왕 경쟁 사정권에 진입했다. 시즌 개인성적에선 최근 10국 중 9승1패의 호조다.

월드메르디앙은 첫 주자 박정환이 패한 뒤 한상훈 박승화의 승점으로 역전에 성공했으나 믿었던 유창혁이 '홍물가'(물가정보배 우승 후 붙여진 별명) 홍성지에 의해 무너지면서 마지막 5국까지 가슴을 졸여야 했다. 한게임은 1지명자 이영구가 월드 2지명자 한상훈과의 대국서 순간적 실착으로 1승을 헌납한 게 화근이 돼 6연패의 늪에 빠졌다.

울산디아채는 티브로드와의 대결을 3대2로 장식, 4강을 향한 야심을 이어갔다. 27일 최원용과 백홍석이 상대 팀 '원 투 펀치' 안조영·조한승을 눕힌 뒤 28일 강동윤의 마무리로 '초전박살' 전략이 주효했다. 티브로드 최명훈 이원도의 때늦은 승리는 '원님 행차 뒤 나팔'격이 돼버렸다. 울산디아채는 최근 4연승, 티브로드는 4연패로 명암이 엇갈렸다.

KB국민은행 2008한국바둑리그는 이날까지 정규리그 총 14라운드 중 11라운드를 소화하면서 포스트시즌 진출 팀 윤곽이 거의 드러났다. 제일화재 영남일보 월드메르디앙 신성건설 등 4개 팀이 유력해진 상황. 하지만 4개 팀 모두 챔프결정전 또는 플레이오프 직행을 위해 사력을 다해야 할 처지다. 6승5패의 울산디아채가 앞으로 2승 이상 거둘 경우 극적으로 포스트시즌에 오를 가능성도 충분하다. 3승8패의 나머지 세 팀은 탈락이 결정됐다.

개인부문에선 제일화재 투 톱 이세돌과 최철한이 9승2패로 선두를 다투고 있다. 최철한이 최근까지 6연승을 질주, 초중반 독주 후 주춤해진 이세돌을 따라잡았다. 8승은 강유택 홍성지 강동윤 한상훈 등 4명. 올해 다승왕은 이들 6명으로 좁혀졌지만 7승자 그룹에도 8명이나 대기 중이어서 속단은 금물이다. 10월 2일부터는 티브로드 대 제일화재전(고성군 금강산콘도)과 한게임 대 영남일보 간의 12라운드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