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이미지 벗어나려 예쁜 옷 일부러 안입어"

―불안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아, 그렇구나(다시 웃음). 쉬면서 화보 촬영을 할 때였는데, 예쁘게 화장을 했는데도 이상하게 '건조한 느낌'이라는 거예요. 하지만 이번에 '비몽' 촬영할 때는 굉장히 초췌한데도 눈이 살아있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노는 게 불안한 게 아니라 작품이 없으면 불안하죠."

―김기덕 감독 작품은 저예산으로 유명하다. 당연히 출연료도 적고. 일종의 예술적 투자였나.

"그런 거창한 말은 잘 몰라요. 나의 예술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 그런 생각 저는 잘 못해요. 우리 사무실(BOF)은 모르지만. 그냥 시나리오에, 캐릭터에 꽂혔어요. 스폰지처럼 흡수하는 느낌이랄까. 제가 원래 그래요. 느낌이 중요해요."

―플롯을 봐도 그렇고, 다른 배우들의 노출을 봐도 그렇고, 당신의 노출만 없는 게 오히려 어색하다. 감독의 배려였나, 본인의 고집이었나.

"(웃으며) 둘 다. 왜 김기덕 감독님에 대한 선입견 있잖아요, '세시다'는 것. 그런데 처음 만나자마자 노출에 관해서는 염려 마라 하시더라구요. 저도 아직은 자신이 없고. 또 이상하게 사람들도 제 몸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는 것 같아요. 중성적 느낌이어서 그러나? 대학 시절 친구들이 나이트클럽 갈 때 저한테는 얘기도 안 했어요."

'비몽'에서 이나영이 맡은 란은 사랑에 집착하는 남자로부터 필사적으로 벗어나려는 여인이다. 집착과 도피의 논리적 이유보다는 그 순간의 이미지와 감정의 표현에 무게중심이 놓여 있는 작품. 스토리에 익숙한 관객에게는 친절하지 않다고 지적하자 "저도 원래 불친절한 배우 아니냐"며 웃는다. 대중의 보편적 사랑보다는 마니아의 열광적 지지를 받았던 자신의 이력을 빗댄 유머다.

―CF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는 배우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얻은 것과 잃은 것은.

"얻은 건 내 얼굴보다 예쁘게 나온다는 것? 물론 화장과 조명 덕분이겠지만. 나쁜 건 한정된 이미지죠. 그래서 영화에서는 일부러 예쁜 옷 안 입어요. 그런데, 진짜 나하고 잘 어울리는 옷은 (병원) 환자복이에요. 환자복 입고 있으면 따로 연기할 필요가 없어요."

―어떤 여배우가 되고 싶나요.

"얼마 전에 케이트 블란쳇 영화를 DVD로 봤어요. '노트 온 스캔들'(Note on a Scand al·2006)이란 작품이었는데, 어느 순간 스톱시켜 놓고 그 배우의 얼굴을 봤어요. 너무 예쁘고 매력적인. 순간 생각했죠. 이렇게 멈춰놓고 보면 기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웃음) 나만의 느낌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걸 놓치면 나는 없어질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