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전' 한은정 "틀 깨는 작업 하고 싶었어요"

배우에게 변신은 무죄다. 아니 필수 의무사항이다. 요즘 극장가에선 시대극을 무대로, 두 배우의 매력적인 변신을 만날 수 있다. 그간 도시미인으로 안방극장을 수놓았던 한은정.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 '신기전'을 앞세워 관객 몰이중이다. 박해일은 2일 개봉된 영화 '모던보이'에서 일제 암흑기를 배경으로 경성의 최고 플레이보이로 나와 색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 편집자 주>

한은정이 처음 출연한 사극 영화에서 흥행 대박을 터뜨렸다.

그녀가 정재영과 호흡을 맞춘 영화 '신기전'은 현재 400만 관객 돌파를 향해 힘차게 순항을 하고 있다. 세종 30년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에서 한은정은 화포 신기전을 개발하는 과학자의 딸 홍리로 나온다.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물 불 안 가리는 성격을 가진 당당한 캐릭터다. 비록 주인공 정재영이 연기 대선배로서 전반적인 이야기의 흐름을 책임졌지만 그녀의 어깨 또한 무거웠다. 신기전 개발의 당위성을 관객들에게 잘 전달해줘야했기 때문이다.

또 그간 도시여인으로서 차가운 캐릭터나 청순가련형 연기를 해온 것을 떠올려보면 다소 모험을 한 셈이다.

"시대극이나 사극에서 오히려 흥행 재미를 보는 것 같아요. 드라마 '서울 1945'도 호평을 받았고, 영화 '신기전'도 관객들의 박수갈채가 쏟아지니 말이에요."

처음 김유진 감독에게 제안을 받을 때는 두렵기도 했다. 지성적인 현대미인으로서 기존에 쌓아놓은 이미지 속에 안주하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배우로서 한 뼘은 더 키가 크는 경험을 해보겠다는 욕심이 앞섰다. 
 

"무엇보다 틀을 깨는 작업을 하고 싶었어요. 조금씩 조금씩 제 색깔을 다채롭게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해요."

그녀의 첫 사극 영화 나들이 뒤엔 연기파 대 선배들이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해줬다. 정재영과 허준호 안성기까지 충무로의 대표 배우들이 한은정에게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촬영 기간이 길었던 만큼 한겨울에 허허벌판에서 생고생을 하기도 했다.

"사실 오랫동안 드라마에 매달려 왔잖아요. 처음엔 180도 다른 영화 촬영장 환경이 낯설기도 했어요."

자기 촬영 분량이 없어도 하루 종일 현장을 떠나지 못하는 날도 수두룩했다. 그래도 거의 유일한 홍일점인 한은정이 촬영장에 나올 때마다 환호해주는 스태프들이 있어 행복했다. 개봉 이후 연기력 논란에 속상한 마음도 들었지만, 그 또한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제 막 연기 맛을 알게 된 만큼 더 많이 오래 사랑받는 연기자로 자리 잡고 싶어요."

데뷔 이후 처음 무대인사를 한다는 한은정. 관객 반응을 즉각적으로 접하는 쾌감 때문에 당분간 결혼 계획은 잡기 힘들 듯하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