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은 자유로워"… "글이 끝나는 곳에서 영화는 시작"

영화와 문학으로 장르는 다르지만, 창작의 주체로 고민하는 예술가라는 점은 두 사람 모두 매한가지. 자신의 장편소설 '비밀과 거짓말'에서 영화감독을 주인공으로 설정했던 작가는 "소설가나 감독이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야 한다는 고통은 같다"면서도 큰 자본이 필요한 영화와 달리 문학은 가난하기 때문에 자유롭다고 말했다. "문학은 망하더라도 작가 혼자 망하면 되니까요."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내 맘대로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학은 고독하지만 자유롭다"면서 "아마 그런 지점에서 문학의 권능이 발생하는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고 했다.

감독은 "영화 '추격자'가 만약 소설로 출간됐다면 지금 같은 반응을 얻었을지 생각해 본 적이 있다"면서 "(글로 이루어진) 텍스트가 끝나는 지점에서 영화는 시작한다"고 반박했다. 또 "한두 줄로 요약될 수 있는 텍스트에 영화적 언어로 옷을 입힌 뒤 어떻게 대중에게 전달하느냐가 우리 감독들의 고민"이라고 덧붙였다.

문학은 영화로부터 어떤 자극을 받을까. 작가는 "원래 한 영화를 두 번 보는 경우가 드문데 나 감독의 영화는 반복해서 봤다"면서 "생각 못 했던 발상이나 표현 방식을 통해 젊은 감독들의 영화가 현재를 담아내는 새로운 방식이라고 느끼게 됐다"고 했다. 영화도 마찬가지. 사인을 받기 위해 작가의 책을 부산까지 가져왔다는 감독은 '깊이'와 '영감(靈感)'이라는 단어로 자신의 영화가 문학으로부터 받는 자극을 압축했다.

작가와 감독은 자신이 문학과 영화를 하는 이유를 '이야기꾼으로서의 사명'으로 비유했다. '문청'(文靑·문학청년)이라는 호칭이 '영청(映靑·영화청년)'으로 바뀌고, '문학의 위기'라는 표현도 지겨워진 시대. 하지만 작가는 "어떤 시대에나 이야기는 있었고 자기 자신에 대한 질문은 계속 존재해 왔다"면서 "작가는 단지 그 이야기와 질문에 대한 고민을 성실하게 쓸 뿐"이라고 했다.

감독 역시 "항상 내가 왜 영화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다"면서 "지금까지 찾은 해답은 나는 '이야기'에 꽂히는 사람이고, 그 '이야기'를 영화적 언어로 전달하고 싶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해운대 앞바다에 회색빛 땅거미가 젖어들고 있었다.

나홍진 감독은

부산영화제 때문에 신혼여행을 미룬 감독. 지난 4일 결혼했다. 장편 데뷔작 '추격자'로 500만 관객의 사랑을 받았고, 올해 최고의 신인감독으로 떠올랐다.

은희경 작가는

2개월간의 유럽 여행을 끝내고 부산영화제를 찾았다. '새의 선물' '아내의 상자' '타인에게 말걸기'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등의 작품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