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드스포츠<Mind Sports>, 올림픽 정식종목 멀지 않았다"

"오늘 게임은 정말 짜릿했다. 진짜 스포츠맨이 된 것 같다." 경기를 마치고 나온 에스토니아 브릿지 선수 레오 쿨레스(31)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버스에 올라탔다. 쿨레스만이 아니었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143개국 선수 4084명 모두에게서 '마인드 스포츠맨'으로서의 뿌듯함이 묻어났다.

베이징 국제컨벤션센터에서 벌어지고 있는 제1회 '세계 지력(智力)운동회', 즉 세계마인드스포츠게임즈(WMSG)의 분위기다. 앉은 채 머리만으로 겨루는 승부도 스포츠냐에 대한 논쟁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그러나 바둑·체스·브릿지·체커 등 보드게임(board game)의 스포츠 입성은 이미 기정사실이 됐다. 체스와 브릿지가 IOC 정식 회원으로 가입한 지 10년이 넘었고, 90년 항저우(杭州) 아시안게임에선 바둑이 정식 종목으로 치러졌다.

이번 대회 주관자인 호세 다미아니 IMSA(국제마인드스포츠협회) 회장은 "세계 체육계는 이번 대회를 통해 마인드스포츠의 매력에 빠져들 것이며 우리의 미래는 낙관적"이라고 말했다. 올림픽 정식 종목 진입이 멀지 않았다는 자신감으로 가득했다.

국가·인종·성별 등을 초월해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히는 측면에선 오히려 마인드 스포츠가 육체 스포츠를 능가한다. 실력이나 연령의 차이가 커도 대등하게 맞서 싸울 수 있기 때문이다. 벨로루시 바둑선수 사위스키(6급)는 중국 구리(古力)에게 대패하고 난 뒤에도 세계 톱스타와 대국해 보았다는 감격에 오랫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체구로는 비교가 안 될 만큼 왜소한 한국 백홍석 六단이 거구의 스페인 선수를 단 40여 분 만에 KO시키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60세가 훨씬 넘은 할머니·할아버지 선수도 도처에서 눈에 띈다. 그야말로 '노소동락'이다. 한국 브릿지 팀을 인솔한 한홍섭(67) 단장은 "우리 젊은 선수들이 많은 외국친구를 사귀고 있다"라며 "예선통과가 목표일 만큼 낙후돼 있는 국내 브릿지의 경기력도 도약의 기회가 될 것"이라며 큰 기대를 표시했다.

첫 대회 탓인지 진행면에선 상당한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한국 바둑선수단 기수 이슬아 초단은 한복을 맵시 있게 차려 입고서도 정작 개막식은 관중석에서 지켜보아야 했다. 선수단 버스가 개막식장 위치를 몰라 헤매다가 30여분이나 늦게 내려놓은 탓이다. 각 부스의 안내원들은 거의 예외 없이 "모른다" "없다"로만 일관했다.

마인드스포츠계는 큰 꿈에 비해 장래는 불투명하다. 이번 대회는 장소 및 일정을 올림픽과 연계하면서 스폰서들을 잡은 중국이 경비를 전담했다. 그러나 2회 대회는 몇 년 뒤 어디서 열릴지 결정된 게 없다. 심한 종목별 불균형을 딛고 자체 '단결'이 잘 유지될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체커 종목은 대회 개막 직전 금메달 수가 6개에서 5개로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인드스포츠는 그 세력을 확장한다는 야심에 부풀어있다. IGF(국제바둑연맹) 사무국장인 일본 프로기사 시게노(重野由紀) 二단은 "보드게임의 일종인 백가몬(backgamon) 등 몇 개의 후보 종목들이 대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결국 마인드스포츠의 개화(開花) 여부는 재정문제가 열쇠를 쥐고 있어 보인다. 상금 없이 오히려 참가비를 받는 현재 방식으론 바둑·체스 등 프로화 종목의 최고급선수 참가를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