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회 LG배 세계기왕전] 태풍의 소멸(消滅)

〈총보〉(1~164)=37이 흑의 패착으로 지목됐다. 초반의 한 수가 패배 책임을 뒤집어쓰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그러나 그 37로 인해 46을 맞아 중앙의 주도권을 빼앗기고 58, 60으로 절단 당한 뒤부터 흑은 전혀 힘을 쓸 수 없었다. 강타를 맞고 초반에 다운 당한 셈이라고 할까. 이후 부지런히 팔을 뻗어 봤으나 상대의 무수한 잽에 휘청거리다 끝난 일전이었다. 일발 KO 승부를 노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몰아간 야마시타의 노련미도 돋보였다.

지면 관계로 미루었던 참고도 하나를 추가한다. 96으로 참고도 1에 두어 좌상귀 흑을 끝까지 잡으러 가면 어떻게 되느냐는 것. 다소 복잡한 수순을 거쳐 22 다음 중앙 A의 패(覇)로 생사를 결정한다는 결론이 내려졌다(5…▲). 그러나 이 변화는 좌상 일대에 흑의 팻감이 워낙 많아 백으로선 자칫 모험이 될 수 있다.

올해 LG배에서 김형우와 함께 몰아쳤던 '태풍 김형환 호'는 여기서 소멸됐다. 하지만 김 四단은 이번 LG배를 통해 본격적인 기사생활의 문을 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꾸준히 정진해 새 역사를 만들어가기 바란다. 모처럼 일본바둑의 구세주로 등장한 야마시타(山下敬吾)의 다음 행마를 지켜볼 차례다. (164수 끝 백 불계승, 소비시간 백 2시간 23분, 흑 2시간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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